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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中 권력투쟁 수면 위로… 5세대 지도부 구성 순탄치 않을 듯

최고 지도부 상무위원 자리 싸고 공청단-상하이방·태자당 힘겨루기<br>사실상 후진타오-장쩌민의 대립<br>태자당 시진핑 측근 보시라이 서기 왕리쥔 사건으로 실각 가능성 높아<br>부패척결 등 싸고 정적 제거 가속


올 10월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대권 승계가 예약돼 있는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 국가 부주석이 국내외 안팎의 도전에 직면했다. 시 부주석은 현재 밖으로는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처해야 하고 안으로는 사회안정을 위한 지속적 경제성장 확보, 커지는 빈부격차, 고질적인 부패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국내외 도전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부의 안정적인 권력승계가 선결 요건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글로벌 무대에서 정치적 위상을 다지기 위한 시 부주석의 역사적인 미국 방문에 맞춰 올 가을 최고 지도부 입성을 위한 권력 투쟁이 표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시 부주석을 필두로 하는 공산당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 승계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물론 시 부주석이 차기 권력을 쥘 것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시 부주석이 자신의 의도대로 중국 지도부를 꾸릴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 부주석의 방미 직전에 불거진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총영사관 망명 기도 사건이 그것이다. 왕 부시장은 미국 망명을 시도하며 그가 주군(主君)으로 모시던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를 '중국 최대의 간신'이라고 비난했다.

보 서기는 이번 사건 직전까지만 해도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입성이 유력시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이번 사태가 주목받는 것은 그 배후에 중국 공산당의 주요 계파인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 세력과 태자당(혁명 원로 및 고위 관료의 자제) 세력간의 권력다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파간 권력투쟁 신호탄= 이번 왕리쥔 사건은 중국 공산당 정치 계파간 권력투쟁의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선진국의 권력 교체는 선거를 통해 이뤄지지만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인 중국은 최고 지도층과 원로간의 협의 및 합의를 통해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필두로 하는 4세대 지도부를 이을 5세대 지도부는 시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만 후계자로 낙점됐을 뿐 나머지 7명의 자리는 미확정된 상태다.

선진국의 경우 정권을 잡은 대통령이나 총리가 지도부 인선을 확정하지만 중국은 공산당의 집단지도체제 특유의 성격상 정치 계파간 권력 구도와 안배, 협의에 따라 최고 지도부가 확정된다. 차기 지도자인 시 부주석이 어느 정도 차기 지도부 인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의 3대 정치 계파인 공청단파, 태자당파, 상하이파(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을 위시한 상하이 출신 고위 정치인들)의 협의에 따라 지도부 인선이 획정된다.

이번 왕리쥔 사건은 후 주석을 필두로 한 공청단파가 태자당파 중 하나인 보 서기의 상무위원 진입을 막기 위해 측근인 왕 부시장의 부패 비리를 캐는 데서 시작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 8대 혁명 원로의 한명인 보이보가 부친인 보 서기는 마찬가지로 태자당 출신인 시 부주석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실제 시 부주석은 지난해 대규모 저가 서민주택 공급 등 부의 분배를 강조하는 보 서기의 충칭 모델을 지원하기 위해 충칭시를 방문해 그 업적을 찬양하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

이런 터라 보 서기의 정치적 위기는 시 부주석의 정치적 입지에도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보 서기는 공청단이 강력하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밀고 있는 왕양 광둥성 서기와 상무위원 진입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인물이다. 보 서기는 2007년 충칭시 서기를 맡은 이후 부패와의 전쟁을 시작하며 왕양 서기와 가까운 충칭시 전 사법국장 원창을 부패혐의로 구속하고 경제정책에서도 왕양의 성장우선 정책에 맞서 분배 형평을 강조하는 선명한 노선 대립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보 서기의 상무위원 진입에 불안감을 느낀 공청단파가 전가의 보도인 부패 사건을 통해 보 서기 입지 약화에 나선 것이 이번 왕리쥔 사건의 배경으로 해석되고 있다.



◇후진타오파 vs 장쩌민파 대결 구도= 중국의 계파는 후 주석이 이끄는 공청단파, 장 전 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상하이파, 태자당파 등 3개파로 나뉜다. 하지만 차기 지도자인 시 부주석이 장 전 주석의 상하이파 입김으로 전면에 부상했듯 상하이파와 태자당파는 서로 출신 성분이 겹치거나 느슨한 연합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5세대 지도부 구성은 후 주석의 공청단파와 장 전 주석의 상하이ㆍ태자당파가 어떤 식으로 타협과 합의를 보느냐에 따라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공청단파로는 사실상 차기 총리로 확정된 리 부총리 외에 류위앤차오 당 중앙조직부장, 왕양 광둥성 서기, 류윈산 당 중앙선전부장 등의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에 맞서 태자당파에서는 시 부주석을 비롯해 왕치산 부총리, 위정성 상하이시 서기, 상하이파에서는 장더장 부총리, 장까오리 텐진시 서기 등이 거론되고 있다. 장 전 주석은 이미 2004년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후 주석에게 물려주며 공식 은퇴했지만 막후에서 살아있는 권력으로서 적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때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지난해 10월 신해혁명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현재 4세대 지도부 면면을 보더라도 후 주석과 리 부총리, 독립 성향의 원자바오 총리를 제외한 6명의 상무위원 모두가 상하이파 및 태자당 출신이다. 후 주석이 그동안 공청단 출신을 주요 성 서기 등 주요 포스트에 임명하며 후계자를 키워왔지만 최고위층에서는 여전히 상하이 및 태자당파가 무시 못할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공청단파는 이번 왕리쥔 사건에서 나타났듯 부패 사건을 통해 정적의 입지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후 주석이 지난 2007년 장 전 주석의 핵심 측근인 천량위 상하이 당시 서기를 전격 구속할 때도 천 서기의 부패가 그 명분이 됐다.

후 주석의 공청단파는 주요 성과 당 선전부 등 핵심 조직에 많은 인사들이 포진돼 있어 당장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은 아니라도 보 서기의 정치적 위기처럼 최고 상층부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경우 공백을 메울 유리한 전략적 위치를 갖고 있다.

후 주석이 키우고 있는 후춘화 네이멍구 서기, 링지화 중앙판공청 주임, 순정차이 지린성 서기 등이 대표적인 공청단 후계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최소한 이번 상무위원 자리는 아니더라도 올해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에서 상무위원 진입의 전 단계인 중앙정치국원 자리를 확보함으로써 차기 최고지도부 입성의 포석을 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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