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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시니어 창업, 황혼의 희망 되길

"지난해 3억원을 들여 음식점을 시작했지만 요즘 현상유지도 어렵습니다. 퇴직금만 고스란히 날리고 사업을 접어야 하나 싶어 잠이 오지 않아요."(은행지점장 출신 자영업자 A씨)

오늘날 한국 경제 발전을 이끌어온 주력 세대는 지난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일명 베이비부머다. 베이비부머들은 전쟁을 거치며 폐허로 변해버린 한국을 '하면 된다'라는 정신으로 일으켜 세운 개미군단이다.

세월은 흘러 영광의 주인공들은 속속 은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며 '시니어창업'의 길로 나서고 있다. 당장 생활비와 교육비를 벌어야 하는 절박한 사정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신설법인 수는 6,439개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3달 연속 6,000개를 돌파했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신설법인 수가 폭증한 데는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창업에 나선 영향이 커 보인다.

대다수 시니어창업은 그러나 생계형 창업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업, 운수업 등 내수기반 자영업에 집중된 신규 법인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속에서 서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



26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소상공인의 절반(44.7%)이 자신이 속한 업종이 소상공인 간 과잉경쟁 상태에 놓여 있다고 답했다. 최근 1년간 적자 상태라고 답한 비율도 40.5%나 됐다. 2010년 기준 프랜차이즈 폐업률은 12%에 달했다.

50대 베이비부머들은 현재 20대 청년층과 함께 창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프랜차이즈처럼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손쉬운 창업에만 매달린다면 결과는 밝지 않다. 베이비부머들은 당장의 압박감에 손쉬운 자영업을 시작할 게 아니라 자신이 지닌 경쟁력을 활용할 차별화된 창업을 해야 한다.

다행히 베이비부머들은 오랜 사회생활을 통해 쌓은 경험, 지식, 네트워크와 함께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끌어온 '성공 DNA'를 가지고 있다. 이런 무형자산이 20대 창업자들이 지닌 열정, 패기와 결합한다면 창업의 질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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