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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경제자유구역에 들어오는 외국기업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는 국세와 지방세 감면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 정도론 세계적인 경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달 초 미국 L.A 지역에서 투자유치에 나섰던 이희봉(사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이 현지 기업체 관계자들과 만난 뒤 뼈저리게 느꼈던 부분이다.
이 청장은 L,A의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광양만권의 입지여건과 물류환경, 투자 장점 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 기업체 관계자로부터 인센티브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그 기업가는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이 해외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예로 들면서 광양만권에 입주할 때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뭔지에 대해 물었다.
동남아 국가들은 풍부한 원료를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거의 공짜에 가까운 공장부지 제공, 저렴한 인건비,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가 풍성하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국내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는 외국 기업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법인세는 3년간, 재산세나 취·등록세는 10~15년 정도 감면해주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해외투자를 꿈꾸는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들에게 한국은 투자처로서 그다지 큰 매력을 갖추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국내 경제자유구역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세제감면 수준이 아닌 해외기업에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각종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 높고 중국이라는 거대시장과 접근성이 좋다는 장점은 이제는 그다지 비교우위가 되지 못한다"며 "여기에다 협소한 내수시장과 시대에 뒤떨어진 노사문화 등은 경쟁관계에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 상당한 약점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청장이 이처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장하고 나선 데는 기대보다 더딘 경제자유구역 개발 속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광양만권을 비롯해 국내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개발에 속도가 붙지 않아서다.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도 그동안의 전체적인 개발 진척도가 3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이 청장은 지난 2012년 7월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에 취임한 이후 해외를 돌며 외자유치활동을 벌였지만 성과는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속내를 전했다.
그는 "올해쯤이면 전체적인 사업 진척이 50%를 넘어서야 하는데 아직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개청 10년을 기점으로 사업추진에 보다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제자유구역이 국가경제 발전과 지역의 발전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지를 공짜로 제공하거나 완전한 조세감면 등 '특혜' 수준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력히 제안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함께 경제자유구역이 당초 개발계획대로 원만하게 추진되고 배후도시 조성사업 등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외국 의료기관이나 교육기관 유치와 관련한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가 지난달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내 투자개방형 병원(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키로 한 것은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정부는 앞으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병원을 설립하려면 외국의사를 10% 이상 고용해야 하고 병원장은 반드시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투자 비율도 50% 인하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청장은 "이번 정부정책은 다행스럽지만 해외 기업이나 대학, 병원 등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손쉽게 들어와 운영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규제로 조건들이 철폐되고 과감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기업 유치와 함께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공공분야 개발사업도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국가지원 연구시설이나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면 기업들의 투자유치에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광양경제청은 그동안 유치노력을 통해 세풍산단에는 기능성 화학산단을, 하동 갈사만에는 해양플랜트 연구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면서 이와 연관된 기업체들도 잇달아 입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유치 방향도 개별 기업과 함께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대형 개발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펼쳐 나갈 방침이다.
관광단지로 개발 중인 여수 화양단지의 경우 한 회사가 단지를 통째로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세계적인 투자자들로부터 개발제안을 받겠다는 얘기다. 산단 배후도시 개발도 세계적인 대형 개발사들과 연계해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의료와 관광, 상업, 주거가 완비된 배후단지를 조성해 나간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이 청장은 "광양경제청 출범 10년을 맞은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광양만권을 동북아 최고 수준의 신산업, 물류, 관광 중심도시로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이희봉 청장은
△1955년 전남 담양 △서울대, 영국 버밍엄대 △제31회 행정고시 합격 △안전행정부 재정정책팀장, 지방세제관, OECD 한국센터 공공관리정책본부장 △전라남도의회 사무처장 역임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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