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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간투자가 없어도 민자사업이란다

민자사업이라고 비싼 통행료를 받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북부구간이 사실은 국민연금이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무늬만 민자사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초기에는 GS건설ㆍ금호산업 등이 참여했지만 현재는 국민연금이 86%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뿐 아니다. 부산울산고속도로 역시 민자사업인데 출자자가 도로공사ㆍ국민연금뿐이다. 인천국제공항철도, 신분당선 정자~광교 복선전철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렇게 된 배경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와 관계가 있다. 정부가 민간사업자들에게 물어줘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민간투자 지분을 공공기관들이 사들이도록 한 것이다. 지난 2006년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가 폐지된 후에는 민자사업에 참여하겠다는 민간업체들이 나오지 않아 공공기관들이 더 나서게 됐다.

이렇게 무늬만 민자사업인데도 이용료는 진짜 민자사업과 같다. 예컨대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 통행료는 남부구간에 비해 2.5배 비싸다. 남부구간은 도로공사가 건설했고 북부구간의 실제 사업자는 국민연금이다. 도로 사업시행자가 다같이 공공기관인데도 사업자가 어떤 간판을 달았느냐에 따라 통행료가 몇 배나 차이가 나는 것을 국민은 이해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개념규정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행 관계법령에 따르면 민간투자가 없더라도 기획재정부의 사업자 지정을 받으면 민간투자사업으로 간주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그러나 민자사업의 기본취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민간의 창의성을 수용하는 것임에 비춰볼 때 이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말 그대로 민자가 50% 이상 들어온 사업만을 민자사업으로 해야 하며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사업은 공공사업 또는 재정사업이라고 해야 옳다.

민자사업이 변형되고 있는 단적인 사례가 산업은행의 민자사업 참여이다. MRG 폐지 이후 민간 참여가 부진하면서 산업은행이 투자자로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초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되며 산업은행의 이런 행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의 대주주는 정책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이다.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됐다고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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