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부터 이어져온 건강보험재정 흑자시대가 올해로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되고 있는데다 지출 통제도 허술해 건보재정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진료비 지불제도와 건보 부과체계 개편 등 근본적인 처방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건강보험재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재정은 4조5,869억원 흑자를 냈다. 이에 따라 건보재정의 누적 적립금은 12조8,072억원으로 늘었다. 건보재정 누적 적립금이 1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수입(48조5,024억원)은 전년(45조1,733억원) 대비 7.4%(3조3,291억원) 증가한 반면 총지출(43조9,155억원)은 1년 전(41조5,287억원)보다 5.7%(2조3,868억원) 늘어났다. 지난해에만도 4조5,869억원의 당기수지 흑자가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흑자기조가 올해 마지막이라는 점이다. 건보공단이 최근 내놓은 '2014∼2018년 건강보험 재무관리계획안'에 따르면 건보재정은 올해 1,321억원의 흑자를 낸 뒤 오는 2016년 1조4,797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에도 적자 규모가 2017년 1조5,684억원, 2018년 1조9,506억원으로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단은 노인 의료비 증가와 맞물려 재정적자 규모가 2050년 100조원를 넘어선 뒤 2060년에는 13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늘면서 요양병원 급여비는 지난 수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건보료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 만든 일곱 가지 개편모형도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이 함께 마련되지 않을 경우 건보재정에 최소 2,600억원, 최대 1조7,5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도록 설계돼 있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건보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우선돼야 할 것은 국민들 간의 형평성 제고이며 이를 위해 부과체계 개선이 꼭 필요하다"며 "지출 측면에서는 포괄수가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등 의료비 지불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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