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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수박과 사과, 그리고 바나나


공산주의가 살벌한 위세를 떨치던 시절에는 수박과 사과를 비유하면서 한 사람의 사상을 평가했다. 겉은 푸른색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자칭하지만 속은 빨갛게 물든 빨갱이라는 것이다. 반면 겉은 빨간색이지만 까보면 하얀 사과는 세칭 반동분자를 지칭했다.

마찬가지 비유로 겉모습은 우리나라 사람이지만 머리 속은 외국에서 자라나 미국식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교포 3세들은 바나나로 통했다. 바나나는 수입 과일이라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에서 국내 농가에 의해 생산되는 바나나는 토종 과일일까 수입 과일일까.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임직원들에게는 남 모르는 애환이 있다. 언론에서 보도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을 볼 때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이 돼버린 것 같은 속앓이를 앓는 것이다.

지난 2011년 기업보고서 공식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50.76%, 현대자동차는 40.84%가 외국계 지분이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경우는 외국계 지분율이 전체 주식의 83%에 달한다. 주주 10명 중에 8명이 외국인이고 국내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 중 16.1%에 불과한 삼성전자는 외국계 회사일까, 국내 토종 기업일까.

일반적으로 외국계 기업의 일반적인 정의는 본사가 외국에 있고 한국에 지사가 있는 회사를 지칭한다고 하는데, 마사이 워킹으로 유명한 MBT는 2003년에 한국 직영을 먼저 설립하고 11월에 스위스 직영을 설립했다. 사장은 된장 아저씨로 유명한 스위스 인체공학자인 칼 뮬러 씨다. 뮬러 씨가 한국 부인과 논두렁을 걸으면서 생각해냈다는 MBT는 외국계 기업인가, 한국 기업인가.



마찬가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부가 홍콩도, 싱가포르도 아닌 서울에 있고 아태 지역 총괄도 한국인이며 단 1명의 외국인도 근무하지 않는 이베이코리아는 외국계 기업일까, 아니면 한국 기업일까.

외국계 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적 비난을 받는 적도 많지만 실상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한국 임직원들은 또 다른 책임감으로 업무에 임할 때가 많다. 이베이의 경우 1년에 한 번씩 전세계 39개국 임직원대표가 모여 온라인 쇼핑의 미래를 구상하고 기획하는 회의가 있다. 이때 거의 예외 없이 회의석상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개별 주제를 논의하는 소 그룹의 Discussion Leader로 활동하는 한국 임직원들의 가슴에는 "내가 대한민국 국가대표" 라는 책임감으로 가득해진다. 현재 이베이코리아 사장을 맡고 있는 박주만 대표의 경우 2005년 당시 이베이 회장이던 멕 휘트먼으로부터 "주만스 차트(JooMan's Chart)"라고 명명된 특유의 비즈니스 분석 툴을 전세계 이베이에 전파한 사실도 있다.

일시적인 투기를 목적으로 한 투기성 자본이 아닌 진정한 산업 자본의 유치야말로 국내 산업발전의 주춧돌이 될 것이다. 더 많은 우량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해 비즈니스를 영위할 때 일자리 창출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제 기반 건전성도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

/서민석 이베이코리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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