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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적을 가까이 하라

<7> 공존의 처세

'적은 없애야 한다'는 편견 벗고 함께 사는 '윈윈'의 길 택할 때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할 것


"아버님은 어렸을 적에 이 방안에서 나한테 이런 말씀을 하시곤 하셨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친구를 가까이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적을 가까이하는 것이다." 영화 '대부(Godfather)'에서 알파치노라는 배우가 말하는 명대사다. 그렇다면 적을 가까이하는 것이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가.

케냐에서 있었던 일이다. 코뿔소의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었다. 원인은 물론 아시아에서 코뿔소의 코뿔이 정력에 좋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의 수요가 단연 으뜸이다. 샥스핀 요리를 맛보려는 중국인들 덕에 전 세계 상어가 수난을 겪는 이유와 비슷하다. 이에 국제 동물보호단체들이 다 들고일어나서 거세게 항의한다. 이에 케냐 정부는 특단의 조치를 실행한다. '땅' 총소리와 함께 코뿔소 한 마리가 쓰러진다. 몇 초 뒤 땅하는 총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사람 하나가 쓰러진다. "코뿔소를 밀렵하는 사냥꾼을 발견하면 현장에서 즉석 처형해도 좋다"는 정부 방침이 바로 집행되는 순간이다. 이런 식으로 해나가다 보니 코뿔소 개체 수가 확실하게 복원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국제인권단체들이 다 들고일어난다. "인권을 이런 식으로 유린해서는 안 된다. 재판도 하지 않고 즉석에서 처형하는 것은 즉각 중지돼야 할 야만적인 일이다." 케냐 정부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인도에서 있었던 일이다. 호랑이 개체 수가 급속히 감소하자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여기서도 밀렵꾼과 관련된 조치를 취한다. 그랬더니 호랑이 개체 수가 확실하게 복원되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아무런 항의가 없다. 도대체 인도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밀렵꾼들을 호랑이 밀렵 감시원으로 채용한 것이다. 밀렵꾼 출신 감시원은 호랑이 동물생태학자 뺨친다. 지금 이 시간에 호랑이가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고 또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완벽에 가깝게 파악하고 있다. "밀렵꾼 시절이 좋습니까? 아니면 감시원이 좋습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예, 자식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직업을 주신 정부관계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일본에서 있었던 일이다. 원숭이들이 마을을 종종 습격하는 것이 아닌가. 쌀 뒤주를 뒤집어 엎어놓고 심지어 어린아이에게까지 위해를 가하기 시작한다. 마을 주민들이 다 들고일어나서 항의하자 지방자치단체장이 특단의 조치 하나를 취한다. 그랬더니 원숭이 피해는 싹 다 사라지고 공동체에 수입이 발생한다. 무슨 조취를 취했을까. 3,000마리의 야생 원숭이 사파리 공원을 만들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 온다. 1석 2조라고 할까. 원숭이 피해를 없애는 방법은 그들을 쫓아내는 것만이 아니라 오히려 가까이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원숭이도 좋고 사람도 좋고. 윈윈은 발상의 전환에서 온다.



케냐 정부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는가. 코뿔소를 합법적으로 사냥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랬더니 코뿔소 개체 수가 복원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한 마리를 사냥하는 권리를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도록 해주자 많은 코뿔소 농장이 생겨나서 사육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방식에도 또 다른 이의가 제기된다. "멸종위기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을 사냥하도록 해주는 것이 옳은 일인가?"라는 윤리적 질문에 대해 답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적은 박멸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적은 자신의 통제하에 두기만 하면 된다. 박멸이 능사가 아니라고 손자가 일찍이 병법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남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내가 일어나는 길이라고 공자는 우리에게 충고한다. 상생과 공존은 화끈하지는 못해도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정신이다.

김형철 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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