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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아이들의 휴식

채수종 산업부 차장 sjchae@sed.co.kr

[동십자각] 아이들의 휴식 채수종 산업부 차장 sjchae@sed.co.kr 채수종 산업부 차장 가을이 깊어간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눈이 시리고 몸을 휘감는 바람에서는 가을의 향기가 묻어난다. 아침ㆍ저녁으로 제법 쌀쌀하고 때 이른 첫눈 소식도 들리지만 아직은 ‘금싸라기’ 같은 가을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요즘 서민들이 사는 동네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가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휴일이면 놀이터로, 공원으로 아이들이 떼 지어 밀려다닌다. 평일에도 저녁만 되면 이 골목, 저 골목 온통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시끌벅적하다. 마치 동네마다 아이들로 그득했던 60~7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한동안 동네에서 아이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시골뿐만 아니라 많은 가구가 몰려 사는 신도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어디서 온 것일까. 아이들이 어른들의 희망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묶여 지내던 피아노ㆍ태권도ㆍ미술ㆍ보습학원에서 벗어나 동네로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불황 덕분(?)에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어지던 사슬이 끊겼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제 시간단위 관리에서 벗어나 모처럼의 휴식을 즐기고 있다. 아이들한테는 어린 시절에 친구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노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맛보고 있는 달콤한 휴식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른들의 눈에는 뛰어노는 아이의 뒷모습이 자꾸 밟힌다. 돈이 없어 학원에조차 보낼 수 없는 현실이 가슴을 짓누른다. 아이들의 사교육비를 줄인 것이 행여 빈곤의 대물림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대학에서 학생을 뽑을 때 돈 많은 집의 아이들이 다니는 강남의 고등학교를 우대하는 고교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원마저 보낼 수 없는 현실에 억장이 무너진다. 길거리를 떼 지어 몰려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은 이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불황코드 중 하나다. 아이들이 많이 보일수록 불황의 고통은 깊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언젠가 다시 아이들이 집에서 가장 바쁘게 지낼 때가 올 것이다. 그럼 ‘아이들이 다시 사라졌다’고 아우성치겠지만…. 입력시간 : 2004-10-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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