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ㆍ1927~1999)과 유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ㆍ83)는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공동강좌를 개설하고 책도 함께 출간하면서 세기의 논쟁을 시작했다. 사회를 '소통체계'로 규정한 루만에 대한 관심은 최근 국내에서도 커지고 있지만 루만의 이론서는 고사하고 입문서 조차 녹녹하지 않는 상황이다.
미디어ㆍ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저자는 난해하기로 이름 높은 사회학자 루만의 이론을 쉽게 전하기 위해 재치 있는 삽화까지 직접 그려 넣으며 설명을 풀어냈다. 덕분에 책은 독일에서도 출간 후 10년 가까이 호평받고 있다.
루만은 "사회는 인간으로 구성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인간들이 아니라 소통들로 이뤄져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사회적 체계"라는 말로 소통은 인간이나 의식이 아닌 오직 소통 자신이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눈맞춤ㆍ미소ㆍ손짓ㆍ몸짓 신호 등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고대의 산물이며 그 이후 태어난 '언어'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화에서 비언어적 요소를 무시하지 못하며, 비언어적인 것과 언어적인 것이 모순을 보일 때는 오히려 비언어적 진술을 신뢰하는 편이다. 이를 통해 "언어의 발생과 함께,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은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통제 기관과 조종기관으로 격상됐다"는 말에 접근할 수 있다.
루만의 핵심개념은 물론 구술사회에서 현대 디지털 매체에 이르기까지 진화하는 매스미디어와 사회체계를 루만의 시각에서 볼 수 있도록 이끌어주며 지금의 일상에도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3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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