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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고유가도 양극화

또다시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으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영향이다. 하지만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국제유가의 수급에 워낙 여유가 없다 보니 작은 지정학적 위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뿐이다. 사실 레바논에는 공급에 영향을 미칠 만한 큰 규모의 석유 정제소도 없다. 단지 중동에서 일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레바논 공습은 국제유가를 높이 떠받쳤다. 국제유가가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원리 이외의 지정학적 원인 탓에 크게 널뛰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바로 이점이 지난 1ㆍ2차 오일위기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당시 유가가 치솟았던 이유는 일시적인 공급장애 때문이었다. 이번 사태에서 공급상 차질은 거의 빚어지지 않았었다. 공급상 문제가 생긴다면 올 여름 불어올 허리케인 영향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도 유가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예민한 기름값 폭등에도 세계 경제는 대체로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종의 착각 효과다. 조금씩 조금씩 뜨거워지는 통에 온도에 무뎌지는 현상이다. 전세계가 경제 체질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유가가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을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유가가 미칠 경제적 폐해는 각국 정부의 적절한 통화정책 덕분에 잘 통제되고 있다. 문제는 고유가가 세계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데 있다. 미국이나 중국 같은 나라는 고유가에도 그럭저럭 잘 버틸 힘이 있다. 하지만 가난한 개발도상국들은 그 반대다. 그들은 고유가에 철저히 노출돼 있다. 앞으로 고유가 여파는 이전의 중동 위기 때와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선진국들의 경기 체감 온도는 덜 할 것이고 후진국들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확률이 크다. 국제사회는 후진국들의 고통을 경감하기 위해서라도 대체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적 경제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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