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시행될 예정인 준법지원인제 대상 기업의 규모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재계와 변호사계가 최종 합의안을 만들기 위한 30일 공청회 자리에서도 한 치의 양보 없는 날카로운 설전을 펼쳤다. 올해 3월 준법지원인제를 도입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양측이 7개월째 준법지원인 대상 기업 규모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갈등만 키우는 형국이다. 법무부는 이날 공청회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 방침이지만 재계와 변호사계는 물론 일반인이 모두 참석한 공청회 자리에서도 합의점이 모아지지 않아 고심하고 있다.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준법통제기준 및 준법지원인 제도 도입 공청회'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와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계는 준법지원인제 도입 대상 기업 규모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양측은 준법지원인의 자격과 준법통제기준의 내용에 대해서는 대체로 합의를 이뤘지만 준법지원인 도입 대상 범위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경제 단체들은 변호사계에서 제시한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 상장기업 도입의무화 방안은 외부감사법 등을 고려할 때 이중규제 우려가 있다며 2조원 이상 상장기업으로 해야 한다고 맞섰다. 변호사계에서는 강희철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법무법인 율촌)이 토론자로 참석해 "가급적 적용 범위가 높을수록 좋다고 본다"면서 "1,000억원 이상이면 내부통제기준이나 다른 기업의 규모, 운영인력 현황으로 볼 때 준법지원인을 두기에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출액이 많으면 위법행위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자산규모에 더해 매출액 기준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식 전 서울변호사회 부회장(법무법인 다래)은 "준법지원인이 의료보험과 같은 좋은 제도라면 처음부터 가능한 많은 기업에 도입돼야 한다"며 "서울변회에서는 자산총액 500억원 이상 회사를 원하지만 제도 정착을 위해 1,000억원 이상 940개 회사로 지정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준법지원인 제도를 처음부터 무리하게 전면 도입할 경우 좋은 제도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결과가 따를 수 있다"며 "안정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 상법상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이 적당하고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이원선 조사본부장은 "각 회사의 규모 및 특성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선택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무리하게 적용 범위를 확대할 경우 형식적 운영을 초래해 사회적 비효율만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통과된 개정 상법은 일정 자산 규모 이상인 상장회사에 대해 준법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담당하는 준법지원인을 1인 이상 둬야 한다고 규정했다. 앞서 내년 4월 준법지원인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재계와 변호사계ㆍ학계 등의 전문가가 참여한 준법경영 법제개선단이 준법지원인 세부 시행안의 내용을 조율하기 위해 여섯 차례 회의를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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