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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비롯한 음악·방송·학술·데이터베이스(DB) 등 분야 저작권협회 12곳의 2012년 사용료 징수총액은 1,645억원에 달한다. 그리고 작사·작곡 등 음악저작권을 관리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그 중 66%인 1,103억원을 거둬들였다. 설립 첫해인 1964년 54만원에서 50년 만에 20만배가 넘게 늘었다.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콘텐츠 창작환경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창작자의 저작권부터 철저하게 불법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저작권법의 잣대가 콘텐츠 창작과 유통이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매장음악에 대한 저작권법 적용이 오히려 크리스마스 시즌 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불법 복제 등에 대한 단속 등 저작권 보호환경이 어느 정도 구축되면 저작권을 둘러싼 관계자들 간의 상생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저작권 소비자·제작자·유통사의 상생이 중요해진다=저작권을 보호하되 모두가 조금씩 양보해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야 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제작자는 유통사가 이를 산업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또 다른 창작자가 이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 또 유통사도 시장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수익배분에 소홀해서는 안 되고 소비자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더 좋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용자는 콘텐츠 비용을 불필요한 지출로 인식하기보다는 모두가 창의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것이 미래의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유병한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국내에 저작권 이슈가 많지만 이에 매여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콘텐츠가 활발하고 쉽게, 저작권 고민 없이 유통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지와 관행, 낡은 제도가 낳은 저작권 분쟁=오랜 역사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커진 산업 규모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관련해 상생은커녕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역·국가별 법 체계의 차이에 따른 국제적인 분쟁은 물론 전문가끼리도 엄격한 적용에 이견을 보일 정도다.
국내에서도 콘텐츠 생산과 유통, 이용 주체 각각의 입장에 따라 저작권 행사 및 적용, 제도에 대한 주장이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크게 나눠도 음악·영상·출판·SW·미술·사진·DB 등 다양한 내용과 형태가 존재해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저작권 사용료 규모가 큰 음악시장에서는 가수 조용필과 지구레코드의 분쟁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1986년 음반계약 당시 조용필이 방송·공연권을 갖고 배포·복제권을 레코드사에 넘기면서부터. 하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지구레코드 측과의 소송에 최종 패소했다. 결국 온라인 청원운동이 일어나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지구레코드는 27년 만에 '대승적 차원의 반환'을 선언했다. 하지만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던 그 시절 이런 계약은 비일비재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방송업계에서는 드라마·오락프로그램을 만드는 외주제작사에 대한 지상파 방송사의 관행적인 저작권 인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실제로 KBS가 외주 제작한 콘텐츠의 저작권 94%를 보유하고 있지만 연간 수익은 10억원 남짓하다는 점이 국회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방송사의 저작권 소유를 제한하거나 제작사로의 투자 의무화, 지급된 제작비가 적정한지 심사에 나서는 것과 대비된다.
◇정부, 공공 콘텐츠 확대, 저작권 보호체계 일원화 추진=이러한 저작권 분쟁을 해소하고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접근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공공저작물의 사용을 자유롭게 해 콘텐츠 창작의 원천으로 제공한다는 것이고 저작권 보호체계 일원화를 위해 기존 저작권위원회와 저작권보호센터를 통합하는 '저작권보호원'을 이르면 여름께 설립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각 협회에서 관리하는 저작물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관리하는 '저작권 확대 집중관리(ECL)'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저작권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저작권자가 불분명한 경우 대신 찾아 주거나 법원에 저작물 이용료를 공탁할 수 있는 '저작권 법정이용 허락제'가 있지만 시일이 오래 걸리고 절차가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다.
◇해외 저작권 보호, 정부·기업 힘 합쳐야=해외로 진출하는 우리 콘텐츠와 기업에 대한 저작권 지원이 큰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류 붐을 타고 콘텐츠가 지구촌으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빛 좋은 개살구가 되도록 할 수는 없다. 특히 중국시장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불법 유통되는 콘텐츠가 너무 많다.
문체부는 이를 막기 위해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중국 베이징·상하이, 베트남 하노이, 태국 방콕, 필리핀 마닐라 등 5곳에 해외저작권센터를 두고 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저작권 침해 신고 접수를 통해 저작권 침해 사실이 확인되면 바로 현지 기관에 요청해 조치를 취하고 컨설팅 및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는 역할이다. 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한국 콘텐츠 해외 온라인 유통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의 한국 저작물 온라인 불법 유통 비율은 음악의 경우 무려 84%, 드라마는 33%, 영화 28%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나마도 2007년에는 전체 드라마와 영화 90% 내외가 불법으로 유통됐던 것이 이만큼 개선된 것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불법사용에 대한 배상청구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 중국·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과의 통상협상이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반드시 저작권 관련 조항을 포함시키고 현지법에 명문화하는 것도 강조되고 있다. 저작권정책관실 정은영 문화통상팀장(서기관)은 "중국 게임시장의 경우 2007년 법이 바뀌면서 외산투자금지목록에 들어가 외국기업의 게임 서비스 부문 지분투자 자체가 차단됐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 50%를 넘던 '미르의 전설' 등 한국 게임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아세안 등 FTA 협상에 나설 때 인터넷상 불법복제 방지, 특히 수출 비중이 큰 현지 게임시장에서의 한국 기업 관련 무역장벽, 차별조항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해외진출 기업들이 정부나 기관에 직접 대책을 요구하는 등의 자구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미국 기업들은 미상공회의소(AMCHAM), 일본은 재팬클럽을 통해 정기적으로 현지 정부 각 부처에 애로사항을 통보하고 주요 관계자와 간담회도 갖고 있다. 또 중국처럼 폐쇄적인 시장개척을 위해 현지기업과 적극적으로 합작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여름 개봉했던 한중 합작영화 '미스터 고'가 대표적인 경우. 주연배우와 제작사에서 고르게 양국이 역할을 분담해 중국 진출에 유리한 고지에 섰다. 이 영화는 한국·중국은 물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몽골·필리핀·중동 등에서 개봉되며 합작영화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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