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으로 올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다양성 영화 제외)는 66편으로 이 중 100만 관객을 넘어선 작품은 14편(21%)에 그쳤다. 200만 돌파 작품은 8편(12%)에 불과했다. 10편 중 1편꼴로 200만명 돌파 영화가 나온 것. 돌려 말하면 영화 10편이 나오면 그중 8~9편이 1편의 흥행작 뒤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현상의 1차적 이유는 기계적인 작품 생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많은 영화가 개봉을 하고 있지만 정작 지난 몇 년간 높아진 관객의 수준을 충족시킬 질 높은 작품은 드물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업영화의 경우 철저히 흥행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 흥행성엔 관객이 공감하고 빠져들 작품성이 전제돼 있어야 한다"며 "반면 한동안 한국 영화 시장은 지난 몇 년간의 흥행과 관객몰이에 도취돼 스타 마케팅에 의존하는 수준 낮은 영화를 많이 선보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참여 작품을 중심으로만 돈이 도는 현실도 극소수의 흥행대작과 고만고만한 다수의 개봉작을 구분 짓는 구조적 원인으로 꼽힌다. 모태펀드와 벤처캐피털(VC), 배급사들의 공동출자로 투자가 이뤄지는 영화 속성상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대기업이 메인 투자와 배급을 맡은 작품으로 투자가 몰리게 된다.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모태펀드가 대기업만 살 찌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펀드에 대기업들이 출자자(LP)로 들어가 편법으로 본인들의 영화 투자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엄격한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이어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자금줄이라 할 만한 게 VC나 배급사의 자체자본 정도인 게 현실"이라며 "제1금융권과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로도 투자 루트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모태펀드의 용처를 한정하기보다는 투자펀드나 지원책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 창업투자회사 임원은 "대형 배급사가 메인 투자사로 들어오면 영화가 중간에 엎어지거나 정산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낮아 수익을 추구하는 입장에선 이 부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모태펀드의 용처나 투자 범위를 제한하기보다는 다양한 영화 지원을 위한 별도의 펀드 설정이나 자금조달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생산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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