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캠코로부터 쌍용건설 사태 해결의 '키'를 넘겨받은 채권단의 역할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의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가 3,900억~4,1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4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꾸준히 흑자를 내다 2008년 금융위기 등으로 손실을 기록했던 2011년 1,570억원의 배를 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1,400억원을 모두 까먹어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쌍용건설의 한 관계자는 "캠코가 매각작업을 위해 유동성을 확보하라고 해서 미분양 아파트 할인판매에 나선 것이 손실폭을 키운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의 지난해 미분양 가구는 3,000가구에서 180가구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최근에는 부산 구포5구역 재개발구역에서 조합에 지원한 운영비용 106억원 중 45억5,000만원을 포기하고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건설ㆍ금융업계는 쌍용건설이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서는 최소 1,500억원 규모의 자금수혈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위해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홍콩계 펀드 VVL도 3,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3,5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필요하다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전환을 위해 채권단은 그동안 대주주인 캠코에 자금지원을 요구해왔지만 캠코는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거부해왔다. 캠코는 '부실채권정리기금'이 소유하고 있는 쌍용건설의 지분(38.75%)을 오는 22일까지 금융위원회에 현물 반환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출자전환으로 자본잠식 상태만 벗어나면 쌍용건설이 정상궤도에 올라서면서 매각작업도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급 건축 부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쌍용건설이 3,000억원에 팔린다는 것은 싸도 너무 싼 수준"이라며 "출자전환만 마무리되면 VVL뿐만 아니라 사겠다는 다른 업체들도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쌍용건설은 최근 3년간 해외에서 1,834억원의 이익을 냈고 3,0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구내 사업부에 공급하기도 했다. 저가 입찰하지 않았음에도 현재 입찰참가자격사전심사(PQ)를 통과해 본격 입찰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19조원에 달할 정도로 해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쌍용건설은 사업보고서 제출기한일인 4월1일까지 출자전환 여부가 결정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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