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만 요란했다.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옥보단3D'는 '웃다가 지치고 과감함에 흥분하라'는 홍보 문구와 달리 지루함에 지치고 과도함에 불쾌했던 영화다. 17세기 중국의 고전인 '옥보단'은 중국의 3대 금서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1991년 처음 영화화된 이후 2편과 3편까지 제작되는 등 많은 팬을 거느린 작품이다. 주인공이 쾌락만 탐닉하다가 결국 쾌락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옥보단3D'는 개봉 전부터 3D와 에로영화에 대한 결합으로 화제를 모았다. 음란물은 미디어가 급속도로 대중화될 수 있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VHS비디오 테이프가 그랬고, 인터넷과 모바일도 그랬다. 이에 따라 3D가 극장가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에로영화가 3D기술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등장했다. '옥보단3D'의 흥행 여부에 영화계의 관심이 집중되며 실제 지난 달 말 한 애널리스트가 옥보단 3D가 극장주의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해 극장 관련주가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3D효과는 에로와 결합된 것이 아니라 뜬금없는 액션 신에서 소비됐다. 전반부에는 다소 낡은 유머라도 부여해 섹시 코미디였던 본연의 장르를 따르는 듯 하더니 후반부에 가서는 3D효과를 넣느라 갑자기 총과 칼을 등장시켜 영화를 난잡하게 만들었다. 원작에선 다소 허무맹랑한 중국식 유머와 다양한 성적 상상력이 팬들을 사로잡았지만 이번 작품에선 관객이 다함께 웃는 장면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코미디는 실종됐고 성적 상상력 대신 피칠갑된 가학성이 대신 들어섰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제대로 된 성인 영화를 보려 했던 관객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기고, '3D에로'라는 극장의 새로운 미래를 찾으려 했던 영화 애호가들에는 회의감이 들게 만들 작품이다. 12일 개봉.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