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글로벌 경제에 통찰력을 갖춘 인재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적절한 통화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세계 경제에 대한 탁월한 식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중국과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 증시를 끌어내리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은 유럽과 미국은 물론 아시아 금융시장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역시 전세계 경제 및 금융 시장을 위축시켰다. 한 지역 또는 국가의 경제 및 지정학적 이슈는 개별 국가를 넘어 전세계로 파급된다.
마크 카니 영국은행(BOE) 총재는 18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 출신의 이집트인 네맛 샤피크를 부총재로 영입했다. 샤피크가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보수적인 BOE 내 반발이 있었지만 카니 총재는 "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안정적인 통화 및 재정 상태를 유지하려면 단순히 국내 경제문제에만 집중하기보다 세계로 눈을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유럽 본토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해외 은행 부문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캐나다 금융인 줄리 딕슨을 영입했다. 대서양 건너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스라엘 중앙은행장 출신으로 국제금융에 정통한 스탠리 피셔를 부의장으로 맞이했으며 신임이사로는 재무부에서 국제담당 차관을 지낸 라엘 브레이너드를 임명했다. 인도도 지난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구람 라잔을 총재로 전격 발탁해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위기를 진화하고 있다. 모두 해외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제 경제계에서 발이 넓은 인사를 영입해 자국의 이익을 효과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다.
19일 국회에서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간 정책공조, 가계부채, 물가, 고용시장, 시장과의 소통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 갈수록 큰 영향을 미치는 해외 변수에 대한 이야기는 드물었다. 테이퍼링, 신흥국 위기 등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양념'에 그쳤다. 새 총재를 맞은 한국은행은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이 단행할 것이다. 이왕이면 전세계 중앙은행들처럼 글로벌 경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전문인력들을 영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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