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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호두까기 인형'의 아름다운 외출
입력2007-12-27 17:54:41
수정
2007.12.27 17:54:41
강동효 기자
‘만원의 행복.’ 크리스마스이브에 서울의 한 천막극장 앞은 사람들로 붐볐다. 탁 트인 주변 지형 때문에 찬 바람을 직접 맞아야 했지만 공연장 밖에서 대기 중인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공연 입장이 시작되고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주원과 김현웅이 무대에 올랐다. 우렁찬 박수와 함께 관객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립발레단의 크리스마스 정기공연 ‘호두까기 인형’이 서울 열린극장 창동에서 열렸다. 국립발레단은 열린극장 창동의 시설상태를 고려해 애초 2만~7만원으로 책정한 가격을 전석 1만원으로 조정했다. 공연이 끝난 뒤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 “이 정도 가격이면 다음에도 또 올 거예요.”
다음날인 크리스마스에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경기도 고양시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은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 온 관객들로 가득 찼다. 7년 동안 줄곧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만 공연했던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이례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지방으로 옮겼기 때문. 가격도 대폭 인하됐다. 지난해 2만~7만원이던 티켓 가격을 1만~5만원으로 낮췄다. 기자는 2만원으로 책정된 S석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여러 명의 무용수들이 이뤄내는 군무를 관람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자리였다. 옆 좌석의 노부부는 “가격과 공연의 질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었다”고 말을 전했다.
공연장 화재와 대관 신청 탈락으로 국내 대표적 발레단체들이 새 공연장에서 크리스마스 정기공연을 선보였다. 전통적 관객들이 접근하기 불편한 지리적 위치와 수익 감소에 대한 발레단의 걱정과는 달리 관객들의 평가는 매우 우호적이다. 이번 공연으로 처음 발레를 접하게 됐다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관객 개발은 물론 이미지 제고까지 한 셈이다. 수익 감소로 내년 예산 짜기가 걱정이라는 발레단의 한숨소리도 들리지만 올해 ‘호두까기 인형’의 외출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공연을 보고 싶었지만 기회가 없었던 관객들의 몸도 마음도 녹이는 성탄절이 됐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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