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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ㆍ9총선에서는 서울 영등포갑 지역이 ‘여풍(女風) 1번지’로 부상할지 관심거리다. 이곳에서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여류(女流)의 격랑을 일으켰던 김영주 통합민주당, 전여옥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이 지역구 쟁탈을 놓고 대격돌을 예고했다. 두 의원은 각각 당내 공천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피 말리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전 의원은 영등포갑의 현역인 고진화 의원을, 김영주 의원은 또 다른 비례대표인 김영대 의원 등을 각각 당내에서 꺾어야 한다. 김영주 의원은 현지에서 오랜 기간 선거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공천심사에서 비교적 유리한 고지에 서 있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그는 1988년부터 20년 넘게 현지(당산동 약 15년ㆍ문래동 약 6년 거주)에서 거주했고 특히 문래동에서 살았던 지난 6년간은 지역구 입성을 위해 열심히 터를 닦았다. 김영대 의원은 수개월 전부터 영등포갑 도전을 본격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의원은 고 의원과 팽팽한 혈투를 벌이고 있다. 전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국회 부의장으로부터, 고 의원은 킹 메이커 역할을 한 이재오 당 최고위원원과 홍준표 의원으로부터 각각 강력한 후방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지 민심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 티켓의 향방을 결정할 전망이다. 1월 중순 CBS와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영등포갑 지역민의 약 55%는 후보 교체를 요구했고 후보 유지는 17.2%였다. 선거 전문가들은 영등포갑에서 김영주 의원 대 전여옥 의원의 대결이 실현되면 선거 흥행의 다양한 관전 포인트가 생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대통령 대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 대리전이라는 것이 그 첫번째 포인트다. 전 의원은 지난 대선 중 이 대통령의 사람으로 변신, 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통령 당선인의 일본 특사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김영주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예비후보였던 손 대표의 최측근으로 경선 현장을 뛰었고 올해는 당 최고위원 자리에 오르며 지도부에 입성했다. 양측의 상반된 인생드라마 역시 선거의 흥행 요소다. 전 의원이 이화여대 졸업 후 KBS 도쿄특파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엘리트이자 대표적 보수논객이라면 김영주 의원은 고교 졸업 후 실업농구선수로 활약했다가 노동운동가ㆍ금융통으로 변신한 개혁 인사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모두 준공업지역 지정 해제, 주거환경 개선, 교육 인프라 확충 등 지역밀착형 민생공약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영등포갑은 부촌인 여의도에 인접해 있지만 노후화된 생활환경으로 주민들의 심리적 박탈감이 큰 지역구이기 때문이다. 영등포, 당산, 문래, 도림, 양평, 신길2~3동을 걸치고 있는 영등포갑에서는 오래된 재래시장ㆍ공장ㆍ주택개발촌이 혼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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