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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3월 23일] 그리스 위기, IMF로 해결해야
입력2010-03-22 18:13:58
수정
2010.03.22 18:13:58
유로존 회원국들은 자존심 때문에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를 국제통화기금(IMF)에 맡기기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자존심은 정책 결정에 도움 되지 않는다. IMF는 그리스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기구다. 그리스 위기는 IMF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리스는 재정적자 감축발표 등 자구노력을 해왔다. 시장은 그러나 위기해결의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유동성 지원 목적은 그리스에 꼭 필요한 호흡을 불어넣어 숨통을 터주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교하게 잘 짜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유로존은 포괄적 지원안을 마련하는 데 커다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독일이 구제금융의 냄새만 풍겨도 격렬하게 정치적 저항을 하고 있다. 또한 어떠한 유럽연합(EU) 산하 기구들도 포괄적 지원안을 계획ㆍ집행할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 EU 재무장관회의도 회원국들의 모임체일 뿐 집행기구가 아니다. 유로존의 무능함은 이번 위기로 잘 드러났다.
반면 재정문제 해결은 IMF의 일상 업무다. 실제로 IMF는 재정위기에 처한 동유럽 국가들과 지원 논의를 하고 있다. IMF는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기술적 차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다. 유로존 내부의 분열을 잠재우려면 바로 이것이 필요하다. 유로존은 현재 그리스의 잘못을 성토하고 분노하느라 합리적 정책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IMF 개입을 반대하는 진영은 외부세력이 유로존 문제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로존은 연방이 아니며 재정적 연합체(fiscal union)는 더더욱 아니다. IMF 개입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게다가 유럽 국가들은 IMF 의결권의 3분의1 가까이를 가졌다. IMF가 그리스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유럽 입장이 배제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유로존은 IMF 주도로 그리스 위기를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필요한 범위 내에서 회원국들이 추가적 유동성 지원을 해야 한다. 위기가 완전히 끝나면 유로존은 유럽통화기금(EMF) 창립 등 필요한 메커니즘 구축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유로존은 자신들이 정치적 연합체가 아님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한다. 지금 상태에서는 IMF의 힘을 빌리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다. 이번 위기의 교훈을 정확히 깨닫는다면 근본적 개혁이 뒤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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