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부가 최근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한 '보통국가'로의 행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를 바라는 미국의 지원에도 힘을 얻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이 공격받았을 때 이를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할 수 있는 국제법상의 권리다. 유엔헌장 51조에 명시돼 있다. 아베 정부는 이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군대를 보유한 '보통국가'로 나아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집단 자위권 행사는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로부터 깊은 우려와 경계를 낳고 있다.
이 권리와 관련해 다른 '보통국가들'과 달리 유독 일본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의 역사인식이 극히 퇴행적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과거 자신이 저지른 침략역사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은 채 이 권리를 추구하고 있다. 심지어 한술 더 떠서 그 침탈의 역사를 합리화하고 미화시키기까지 하고 있다. 침략 사실 그 자체에 대한 부정, 731부대를 상징하는 군용기 탑승,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부정, 강제징용 피해 은폐 등 아베 정부가 자행하고 있는 과거사 부정행위는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반면 독일은 철저한 과거사 반성을 통해 유럽의 중심국으로 변신했고 독일 총리는 지금도 나치 수용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묻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심지어 압제와 억압의 상징인 징용 조선소를 자랑스러운 세계유산에 등재하려고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나치 깃발이 등장하면 철저하게 처벌하는데 일본은 전범기인 욱일기를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흔들고 있다.
이처럼 일본이 계속 과거 침략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 없이 퇴행적 역사인식을 가진 채 집단 자위권을 추구한다면,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의 군비 경쟁을 촉발시켜 동북아시아 지역을 안정이 깨진 불안한 화약고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지역질서의 불안정은 일본 자신의 안보도 위협받게 할 것이고 이는 미국 정부가 원하는 바도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일본은 집단 자위권을 추구하기 이전에 먼저 주변국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 그 방법은 과거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에서 가장 기본적 바탕으로 신뢰를 제시했다. 일본 아베 정부 스스로가 그 신뢰를 획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한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일본 정치인들도 읽었을 것이다. 지금 현재의 자리에서 왜곡된 과거와 대화하는 것은 미래로 가는 정상적인 길이 아니다. 그렇게 현재가 왜곡되면 미래로 나아갈 수도 없다. 지금 일본 정치인들은 이 교훈을 직시해야 한다. 사실 그대로의 올바른 과거와 대화해야 한다. 일본 정부에 지금 필요한 것은 집단 자위권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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