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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4월 9일] 형님의 시대
입력2009-04-08 17:55:58
수정
2009.04.08 17:5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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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4월 9일] 형님의 시대
정치부 권대경기자 kwon@sed.co.kr
왕의 형님들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한명은 신문ㆍ방송의 '정치'면에, 또 한명은 '사회'면에 자주 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형님의 시대'다.
이들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다. '영일대군'으로 불리는 이 의원은 정권 실세로 권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며 여러 매체에서 거론하고 있다. 반면 '봉하대군' 건평씨는 지금의 '영일대군'처럼은 아니지만 노 전 대통령의 말처럼 '촌부(村夫)'의 위치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수완으로 돈을 받아 지금은 '영어(囹圄)의 몸'이 돼 있다. 이 두 대군의 상반된 모습을 보면 권력의 무상함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시간을 꼭 600년 전으로 되돌리면 조선왕조 최고 업적을 자랑하는 세종의 형인 '양녕대군'이 있다. 동생의 총명함을 일찍이 알아보고 스스로 과오를 저질러 왕위를 동생에게 물려준 이로 알려진 양녕대군이지만 일설에는 사실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양보한 것이 아니라 권력다툼으로 세자 자리에서 밀려났으며 이후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하고 왕위를 찬탈한 사건의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차마 권력욕을 떨치지 못하고 자신을 대신할 이로 수양대군을 선택해 그런 역할을 했다는 설이다. 물론 왕조시대의 왕의 형과 지금의 대통령 형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더라도 권력욕 앞에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나약한 것인가 하는 점은 고금을 막론하고 사실인 듯하다. 항간에는 '권력은 태양과 같다. 가까이 하면 타죽고 멀리하면 춥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한번 맛본 권력은 잊기 어렵다'고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선시대의 양녕대군과 요즘의 봉하대군ㆍ영일대군은 달라야 한다. 이 땅에 민주주의가 꽃을 피우고 삼권분립에 따른 견제와 균형이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원리가 된 이때에 권력욕은 당연히 통제되고 조절돼야 한다. 또 권력의 주변에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 권력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비뚤어진 욕구도 자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건평씨 사건을 교훈 삼아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 대통령 퇴임 후 다시 언론에 오르내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아울러 앞으로는 대통령의 형이니, 왕의 형이니 하는
단어들도 언론에서 사라졌으면 한다. 지금은 조선시대가 아닌 민주주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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