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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가지고 다니는 집, 텐트 이야기


휴가란 어쩌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을 떠나 낯선 동네 낯선 집에서 잠시 살아보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1년에 삼백예순 날을 같은 동네, 같은 집을 맴돌다가 겨우 3박4일이지만 다른 집에서 잠을 자고 눈을 뜨는 일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요즘은 여행에 가지고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언제든 30분 만에 내 집을 지을 수 있는 텐트를 사서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 얘기다.

텐트는 원시인류 시대부터 존재해온 가장 오래된 주거형태의 하나이다. 최초의 텐트는 아마도 동물의 가죽과 나무를 이용해서 비바람을 피하고 추위를 막을 수 있도록 만든 단순한 형태였을 것이다. 현재도 몽골 사람들은 게르라는 이동식 천막집에서 거주하고 중앙아시아 키르키스 지방의 유목민들은 유르트라는 천막을 보조집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주거공간이던 텐트가 등산과 같은 레저용으로 사용된 것은 18세기부터다. 1787년 근대 등산의 아버지로 불리는 드 소쉬르가 몽블랑을 등정할 때 정상 부근에서 천막을 친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100년쯤 뒤 1861년 영국의 등반가 에드워드 윔퍼가 마터호른에 도전할 때 직접 고안해 사용한 텐트는 이후 등산용 텐트의 기본형이 됐다. 초창기에는 무명천을 사용했으며 물푸레나무 기둥 4개를 이용해 텐트 외형을 만들었다.



태풍 같은 격렬한 눈바람 속에서도 날아가지 않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세계로 보급된 돔(Dome)형 텐트는 R. 벅민스터 풀러(1895∼1983년)라는 건축사가 설계했다. 미국이 낳은 뛰어난 건축사이자 작가ㆍ디자이너ㆍ천재발명가로 기록되고 있는 풀러는 사각형 건물이 아니라 삼각형과 구형의 장점을 결합한 돔형 건물이 가장 편안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형태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953년 자동차 회사 포드가 공장 신축을 의뢰해오자 그 공장을 돔형으로 건축해 자기의 생각을 증명했다. 가벼운 삼각형 패널을 짝지어 만든 돔형 공장은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도 꼼짝하지 않았고 혹한의 기온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가격이 저렴했고 튼튼하고 가벼운데다 조립이 간단해 누구나 지을 수 있는 형태의 건축물이었다.

풀러는 돔형 건축물의 원리를 응용해 내구성이 뛰어난 돔형 텐트를 만들었다. 반원 모양으로 휜 두 개의 폴대를 중심에서 교차시켜 텐트의 지주를 만들었는데 폴의 숫자에 따라 텐트의 크기를 얼마든지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고 가볍고 접고 펴는 것도 간단해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텐트는 대자연 속에 짓는 집이다. 여러 가지 레저ㆍ스포츠 활동 중에 집을 짊어지고 다니는 것은 캠핑이 거의 유일하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캠핑의 필수품 텐트, 그 중에서도 가장 획기적이고 편리한 형태를 설계한 이가 사람의 집을 짓는 건축사였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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