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세컨 샷 홀 10cm에 붙여 '오늘의 샷'<br>6타차 2위에… 최경주는 15위·오길비 우승
이미 우승은 물 건너 갔다. 하지만 그의 눈 빛은 여전히 이글거렸고 그린까지 273야드를 남기고 휘두른 3번 우드 세컨 샷은 강력했다. 쭉 뻗어 계곡을 넘은 볼이 그린 앞쪽에 떨어져 구르며 갤러리들의 함성을 모았다.
홀 오른쪽 10cm.
알바트로스 기대를 모았던 앤서니 김의 18번홀 세컨 샷은 아쉽게 탭인(Tap-inㆍ가볍게 톡 쳐넣는) 이글이 됐다. '오늘의 샷'으로 뽑힌 그 이글은 이번 대회 역전 우승에는 실패했어도 '타이거 우즈의 대항마'로 손색 없는 그의 저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12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카팔루아 리조트 플렌테이션코스(파73ㆍ7,411야드)에서 끝난 미국PGA투어 2009 시즌 개막전인 메르세데스-벤츠 챔피언십(총상금 560만달러).
지난해 투어 우승자 33명만 출전한 이 대회에서 앤서니 김은 최종합계 18언더파 274타를 기록, 제프 오길비에 6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최종 타수차는 경기 시작할 때 7타차에서 불과 1타 줄어들었지만 이날 그가 보여준 플레이는 올 시즌 맹활약 예고편이었다.
우선 앤서니 김은 선두 오길비를 한때 1타차까지 추격, 대회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 올렸다.
7타차 공동 4위로 출발했으나 전반에 버디 4개를 수확, 8번홀(파3)까지 2타를 잃은 오길비를 턱밑까지 추격한 것. 오길비는 "순식간에 동타 위기까지 맞았을 때의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비록 강하게 자극받은 오길비가 다시 달아나는 동안 전반의 상승세를 잇지 못해 처졌지만 앤서니 김은 우즈가 빠진 뒤 식어버린 골프 열기를 후끈 달아 오르게 할 '초강력 불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우승 트로피 주인이 사실상 정해진 마지막 홀에서 '오늘의 샷'을 작성, 갤러리들의 갈채를 뽑아낸 것 역시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현지 골프 전문가들은 그를 두고 시즌 내내 치열한 경쟁과 막판 역전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우즈 복귀 후 '황제'자리를 위협할 대표 주자로 꼽는다.
앤서니 김은 이번 대회 나흘동안 평균 284야드의 드라이버 샷에 75%의 페어웨이 안착률, 84.7%의 그린적중률과 평균 1.75개의 퍼팅 등 안정된 플레이를 펼쳐 그 같은 기대를 뒷받침했다. 특히 플레이가 잘 안 풀리면 감정을 자제하지 못했던 지난해 초까지와 달리 후반 버디가 1개밖에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 결국 탭인 이글을 만들어내는 성숙함도 보였다.
한편 앤서니 김의 추격에도 끝내 무너지지 않았던 오길비가 우승 트로피를 차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자가 됐다. 2006 US오픈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5승째이며 이 대회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1999년 같은 장소로 대회장을 옮긴 이후 어니 엘스(2003), 비제이 싱(2007)에 이어 3번째다.
최경주(39ㆍ나이키 골프ㆍ신한은행)는 최종일을 이븐파 73타로 마쳐 합계 11언더파 281타로 공동 15위에 랭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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