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영철씨는 최근 서울시교육청 영등포평생학습관에서 열리는 고전 인문학 강좌 ‘한국 고전의 비밀스런 탐독’을 듣기 위해 업무가 끝나는 대로 도서관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연말연시에 바쁜 스케줄을 최소화하고 미뤄뒀던 고전 탐독의 즐거움에 빠져들기로 마음먹은 것. 대학 시절 교양강좌를 통해 맛만 봤던 우리 고전을 5주씩이나 전문가로부터 무료로 들을 수 있어 인문학적인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생각에 강의를 기다리는 마음이 설레기까지 한다.
서울시 곳곳에서 고전 인문학 강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찾아가는 고전 인문아카데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이 지난 13일 첫 테이프를 끊고 2014년 2월까지 4개월의 대장정을 하고 있다.
43개 프로그램(약 200여 강의)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문학ㆍ역사ㆍ철학 등 인문학의 본령을 넘어 건축ㆍ고지도ㆍ미술ㆍ영화 등으로 외연을 넓혀 시민과 청소년들에게 폭넓은 지식을 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춘향전ㆍ흥부전ㆍ적벽가 등 익숙한 우리 고전의 의미에 대해 텍스트와 판소리로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조선시대 콘텐츠의 원소스멀티유즈 활용성을 확인하고 한국적 스토리텔링 산업의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강좌는 단편적인 특강 형식으로 끝나지 않고 강좌별로 5주씩 깊이있게 주제를 다뤄 대학 강의 수준의 고전 인문학 강의가 진행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인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하여 이번 사업에 팔을 걷어 부쳤다. 한국고전은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 정창권 고려대 교수, 헤밍웨이 등 영문 고전은 김욱동 서강대 명예교수, 이인규 국민대 교수, 철학은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상임위원, 고지도는 김혜정 혜정박물관장 등이 시민들과 직접 만난다. 설성경 연세대 명예교수는 “40여년 한 우물을 파 온 학자로서 축적해 온 우리 고전의 연구 결과물을 중간유통 단계없이 시민과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며 수강생들은 우리 고전의 탄생 배경 등 그동안 쉽게 듣기 어려웠던 우리 고전의 깊이를 직접 느낄 수 있다. 이런 강의는 대학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설 교수는 춘향전ㆍ홍길동전 등 우리 고전과 관련된 풍부한 고서들을 강의장에 전시해 놓고 수강생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를 찾아가는 인문학 강좌도 고인돌사업에 포함돼있다. 학생들이 팀을 구성하여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작문을 해 볼 수 있는‘이어쓰고 다시쓰는 우리고전’ 영화를 통해 ‘친구’‘가족’등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큰 주제를 깊이있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영화 속 고전읽기’현대 과학과 기술 속에서 녹아있는 철학의 개념을 배울 수 있는 ‘하이테크 속에 숨은 철학’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찾아가는 인문학 강좌는 숭문고, 경기고, 개포고, 언주중, 아현중 등이 참여하고 있다.
문용린 교육감은 “학생들은 교과서 밖의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시민들은 깊이있는 인문학 강의를 통해 품격있는 삶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강좌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 강좌의 신청은 무료이며, 세부 프로그램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