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구 SK전을 앞둔 3루측 삼성 덕아웃.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시절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선동열 감독은 대화 도중 요미우리 이승엽(34)을 화제로 올렸다. 선 감독은 올해 팀과 4년간의 계약이 끝나는 이승엽의 거취에 관심을 보이면서 "만약 승엽이가 삼성으로 돌아오길 희망한다면 우리로서는 좋은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일본에서 승엽이를 데려갈 팀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엽은 개막전부터 다카하시 요시노부에 1루를 내준 이후 주로 대타로만 출장하는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홈런은 7개나 쳐냈지만 타격감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타율이 1할대에 머물고 있다. 선 감독은 "승엽이가 현재 최고 수준인 6억엔 이상을 받고 있는데 일본에서 더 뛰고 싶다면 몸값이 대폭 깎이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며 "연봉은 한 1억엔 정도를 받는다고 해도 성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챙기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퍼시픽리그로 옮긴다면 선발 출장 기회를 잡기가 더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 감독은 선수와 감독의 궁합을 강조했다. "지바 롯데에서 뛰고 있는 김태균이도 처음에 6연타석 삼진을 당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감독이 믿고 기다려 준 덕분에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나만 해도 첫 해 2군을 가는 등 일본 프로야구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투수 출신인 호시노 감독이 다시 기회를 줘서 재기할 수 있었다"는 선 감독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감독과의 궁합도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밝혔다. 일본 진출 당시 요미우리로부터도 강한 러브콜을 받았던 선 감독은 "다른 팀 같았으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승엽이를 내보낼 텐데 요미우리는 거의 용병을 무슨 장난감 수집하듯 데려다 쓰는 팀이라 조금만 못하면 기회를 잡기 어렵다"며 "지금 생각해도 주니치로 가길 잘한 것 같다"고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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