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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업지원금, 문화저변 확대 기여해야
입력2006-12-31 18:40:59
수정
2006.12.31 18:40:59
지난해 3월 첫 내한공연을 한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는 그 명성만큼이나 표 값도 비쌌다. VIP석은 무려 30만원에 달했고 중간 수준의 A석이 15만원, 가장 저렴한 C석조차도 7만원이었다. 평범한 월급쟁이에게는 너무나 ‘혹독한’ 문화생활 비용이었다.
운 좋게도 지난 봄 영국에서 머물고 있던 기자는 3.75파운드(약 6,700원)에 바르톨리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학생 신분으로 특별할인을 받은 덕에 파격적인 가격으로 표를 살 수 있었지만 일반인들 역시 3만~4만원이면 괜찮은 좌석을 구했다는 사실에 영국인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약 2.8배 정도인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공연 관람료는 비싸도 너무 비싼 것이다.
같은 공연이라도 영국보다 한국의 공연 표 값이 훨씬 비싼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에서는 클래식 공연 등을 감상하는 문화 저변이 영국보다 넓지 않기 때문에 제작사 측에서는 수익을 맞추기 위해 표 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또 공연에 대한 기업 후원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기업들의 공연 후원은 제작비나 초청비를 지원하는 것보다는 대량으로 표를 구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우수 고객들에게 고가의 표를 선물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식을 선호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 같은 공연 후원이 결과적으로 일반 서민들이 부담 없이 문화생활을 즐기는 데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반가운 소식은 최근 국내 기업들의 문화지원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큰 수익을 낸 은행들이 전통 문화재 보존에서 설치미술품 조성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이고 기발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문화저변을 넓히는 데 손길을 보냈다. 문제는 비싼 표를 사서 고객들에게 선물하는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국민들이 문화를 향유하는 쪽으로 사회기여금의 지원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문화활동 ‘자금’이 문화의 숨결을 사회 전반에 물 흐르듯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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