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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 떠나는 HTC가 남긴 교훈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HTC가 결국 한국시장에서 백기를 들었다. 실적부진에 따른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국지사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시장에서 HTC와 동병상련 처지인 외산 업체들의 위기감도 덩달아 증폭되고 있다. 무엇보다 혼란에 빠진 것은 HTC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이다.

HTC의 한국시장 철수는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HTC만이 "철수는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해왔을 뿐이다. HTC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한국시장에서는 6개월 넘도록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5월에는 한국지사 대표가 실적부진 등의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이는 비단 HTC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시장에서 외산 업체들의 성적은 참혹한 수준이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1ㆍ4분기 기준 3.4%에 불과하다. HTC에다 애플ㆍ모토로라ㆍ소니ㆍ노키아 등을 포함한 수치다. 2ㆍ4분기 수치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외산 업체들의 점유율은 더욱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산 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품은 한국 업체들에 떨어지지 않지만 사업 마인드가 글로벌화되지 못한 탓이 크다. 마케팅은 물론 사후관리 서비스(AS) 등 현지화 전략에 실패했다. 외산 제품을 쓰는 고객들의 가장 큰 불만은 AS 문제였다.



또 다른 이유는 대고객창구인 언론과의 소통부족이다.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 등 국내 제조3사는 신제품을 출시하면 경쟁하듯 홍보전쟁을 치른다. 신제품 개발 못지 않게 제대로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산 업체들의 홍보는 소극적이다. 홍보전략도 없고 조직을 제대로 갖춘 곳도 없다. 대부분 관련업무를 홍보대행사에 위탁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제품을 알리고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1차 작업에서 실패했으니 제품이 잘 팔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HTC의 사례는 애플 등 다른 외산 업체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졸면 죽는다. 졸지 않고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큼 중한 일은 고객과의 소통 및 사후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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