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원에 달하는 복지예산의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하반기에도 기획조사를 실시하겠습니다. 특히 이제 막 시작된 기초연금을 부정하게 받는 부유층이 없도록 전방위로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이성보(58·사진) 국민권익위원장은 지난 25일 서울 통일로 임광빌딩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상반기까지 자체조사를 통해 복지예산 부정수급 혐의가 있는 140여건을 발굴해 300억원가량 환수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어 "정부보조금을 부정하게 타 쓰거나 빼돌린 경우 신고자(예산 파파라치)에게 최대 20억원의 보상금이 지급될 수 있게 '부정청구 금지법'의 정부안을 연내 확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올 초 정부예산을 허위·부정청구하다 적발되면 피해액의 최대 5배를 환수하기로 했는데 이 돈이 예산 파파라치가 받을 보상금의 재원이 되는 셈이다. 그는 또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금지법을 여야가 8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만큼 법률 제정에 따라 권익위 내 반(反)부패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연말 공공기관 청렴도조사를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집단 민원이나 사회적 갈등이 큰 사안에 직권조사권을 도입, 권익위가 갈등 해결에 조기 개입해 제2의 밀양 사태를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 고충민원 처리와 공공기관의 부패 방지가 주요 업무인 권익위는 최근 복지예산이 연간 100조원을 넘어서면서 '복지부정'을 차단하는 데 상당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권익위가 지난해 10월 설립된 '정부 합동 복지부정신고센터'의 주관 운영기관인 점도 한몫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인터뷰 당일 기초연금이 처음 지급된 날임을 상기하며 "복지예산을 부정하게 받아 쓰는 실태에 대해 기획조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복지예산 부정수급 문제의 연장선에서 "최근 사회적 기업에 대해 조사를 마쳤다"면서 "노인복지시설의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위원장은 기초연금과 관련,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초연금을 받아야 할 사람을 잘 보호하고 있는지, 기초수급자라도 자격이 안 되는데 더 받고 있지 않는지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형편인데 요건을 못 갖춘 수급자를 잡아내는 것이 미묘하지만 법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고 또 그래야 받을 사람들에게 예산이 제대로 흘러갈 수 있다"고 했지만 "그건 좀 고민이 되고 어려운 문제"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타워팰리스에 살면서 기초연금을 받는 건 실질적으로 더 큰 부정이고 (기획조사를 통해) 꼭 적발해낼 것"이라며 "형식적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그런 부유층이 기초연금을 받아가면 안 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며 향후 조사의 방점을 찍었다.
복지예산 부정수급을 차단해 국가재정의 건전성을 지키는 일의 연장선에서 권익위는 조만간 공청회를 거쳐 연내 '부정청구 금지법'을 마련, 정부뿐 아니라 공기업의 예산에 손해를 끼치면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피해액을 환수할 계획이다. 이 위원장은 "예산 허위·부정신고를 활성화할 수 있는 내용도 법안에 담을 예정"이라며 "신고자 보호 시스템과 환수액의 일정 비율을 신고보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설명했다. 보상금 규모는 현행 부패신고보상금과 마찬가지로 최대 20억원이 된다. 이 위원장은 "미국의 경우 2012년 한 해 동안만 부정청구한 예산 49억5,900만달러(5조2,000억원)를 환수하는 등 부패 관행을 상당 부분 개선했다"고 소개하며 예산 파파라치의 활약을 기대했다.
세월호 참사 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에는 이 위원장의 전임인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의 이름이 붙어 있지만 이 위원장이 지난해 8월 정부안을 최종 입안해 국회에 제출했다. 그는 여야 원내대표가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부정청탁 금지법을 8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데 대해 "법안이 국회에 간 지 1년이 됐는데 이젠 꼭 통과돼야 한다"며 "법이 제정되면 공무원에 대한 (기업인 등의) 스폰서 관행도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고질적인 '청탁문화'를 갖고 있는데 법이 제정되면 '청탁사회'는 발붙일 수 없게 된다"며 "이 법 제정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 법의 적용 대상을 사립학교 교사와 언론인 등으로 확대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부정청탁 금지법은 기본적으로 공직자를 규율할 필요가 있어 만드는 법"이라며 "공적 역할만 놓고 법을 적용한다면 삼성·현대자동차 같은 재벌기업도 사회적 책임이 큰 만큼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할 수 있고 그러면 너무나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이 제정되면 1년 후 시행되는 만큼 권익위 내 반(反)부패조직을 확대해 기대효과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김영란법'을 앞세워 부패 척결에 나서는 한편 권익위의 트레이드 마크 중 하나인 '공공기관 청렴도조사'를 대폭 강화할 뜻도 피력했다. 그는 "올해 공공기관 청렴도조사에 과도한 복지비 지급, 친인척 특혜채용 등 '방만경영지표'를 새롭게 도입할 것"이라며 "공무원 등이 합법을 가장해 받는 고액 강연료나 자문료도 부패도조사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렴도평가에서 실제 부패사건 발생시 감점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인 이 위원장은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큰 집단 민원을 푸는 데 관심이 많아 현장을 자주 찾고 있다. 그는 군부대 이전 문제로 14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서울 방화대로 개설을 지난해 이끌어내며 지역 주민들의 갈채를 받은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집단 민원은 사회적 이슈가 되기 전에 조기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권익위 같은 제3자적 입장의 중립적 기관이 주민과 중앙부처나 지자체, 공기업 사이에서 곧장 조정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며 "현행법상 권익위에 민원 제기가 있지 않으면 나설 수 없는 것이 결정적 장애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밀양 송전선로 건설 문제도 2009년 권익위에 주민 민원이 들어와 정부 및 한전과 대화 채널을 만들도록 했지만 이후 민원신청이 없어 더는 권익위가 개입할 수 없었다"면서 "집단 민원에 직권으로 개입해 조사하고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하는 법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는 군산 송전선로 건설을 놓고 주민과 한전 간 갈등을 적극 중재해 지난해 말 충돌 없이 양측의 합의를 이끌어 엄청난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부른 밀양 송전선로 건설과 대조를 보인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용산 화상경마장 개설과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마사회 등에 화상경마장 개설 철회 권고를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해당 부처와 공기업의 사정도 있긴 하지만 화상경마장 개선 철회 권고가 관철될 수 있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더 하면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또 국민의 행정 개선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하는 '국민행복제안센터'와 관련해 "최근 1년 동안 12만여건의 제안이 쇄도했다"며 "실제 우체국 송금 수수료 면제, 버스 승하차 계단의 미끄럼방지 발판 정비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책이 1,000건 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 작은 제안과 관심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단초가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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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고충 처리·공직 부패방지… '원스톱 국민권익 보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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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호재기자 대담 안의식정치부장 miracl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