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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사설] 민주주의 복구 시급한 파키스탄

파키스탄에서 가장 저명한 민주주의 수호자이자 세속주의자가 목숨을 잃었다. 파키스탄 펀자브주(州) 주지사 살만 타시르가 4일(현지시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그의 경호원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파키스탄이 안팎으로 곤란에 휩싸인 와중에 때마침 터진 사건이다. 파키스탄은 이미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 여름 홍수로 나라가 쑥대밭이 돼 버렸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집권 파키스탄인민당(PPP)이 주도하는 연립정권에서 연정 내 제2당인 '무타히다 카우미 운동(MQM)'이 탈당하면서 정국 불안도 심화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늘 분열과 갈등에 시달려 왔다. 2007년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 암살을 시작으로 2010년 탈레반 무장군인들의 스와트 밸리 침략까지 끊임없이 격동에 휩싸였다. 타시르 암살은 이러한 비극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무엇보다도 파키스탄을 두 갈래로 찢어놓는 세속주의와 근본 이슬람주의의 대립 양상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가 암살당한 이유는 이슬람교 비판자를 죽음으로 처벌하는 '신성모독죄'에 반대를 표명해 왔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은 지아 울 하크 전 대통령 시절부터 인도 등 인접 국가들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적극 지지해왔다. 파키스탄이 온건 이슬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려 한다면 이러한 자기 파괴 정책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치인은 타시르의 죽음을 비난해야 한다. 각자 나름의 정치ㆍ종교적 견해를 가지더라도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극단주의에 대항해 파키스탄 정부가 펼칠 수 있는 최상의 방어책은 허약한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것이다. 파키스탄 정부는 "파키스탄 대부분의 국민들이 극단주의를 거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고 증명될 경우에만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1억8,000만명에 달하는 파키스탄 인구 중 3분의1이 빈곤의 수렁에 빠져있다. 빈곤은 극단주의자를 양성하는 비옥한 토양이 된다. 정부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빈곤과 극단주의로부터 탈출시키려면 반드시 경제 재건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파키스탄을 지지하는 서방국가들도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서방국가들은 파키스탄이 초래할 세계 안보 위협에만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 국가들은 파키스탄이 허약한 민주주의를 복구하고 비틀거리는 경제를 일으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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