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공식 집계로만 13만 가구를 넘어섰다.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물량까지 포함하면 실제 전국의 미분양 물량은 20만 가구를 훌쩍 넘을 것으로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늘면 건설사들은 자금 회수가 안되기 때문에 그 만큼 골치를 썩게 되지만 아파트를 고르는 수요자들은 입맛에 맞는 물건을 쉽게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이익이다. 건설사들은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것보다 다양한 혜택을 주더라도 빨리 물건을 처분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부가적인 혜택도 누릴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환상을 버려라=미분양 물량이 급격히 늘어난 데는 건설사들이 짧은 기간에 많은 물량을 쏟아낸 것과 분양가가 높은 게 주 요인이지만 수요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물량이나 신도시 물량을 기다리면서 청약을 늦추는 것도 한 요인이다. 올 하반기 광교 신도시나 내년 이후 송파 신도시에 청약하기 위해 기다리는 것은 비교적 합리적인 전략일 수 있지만 분양가 상한제 물량을 기다리면서 청약을 늦추는 사람들은 청약 전략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 건축비는 다소 낮아질 지 몰라도 토지비용이나 원자재 가격 등이 오를 경우 전체 분양가는 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용인 마북동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는 물량들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됨에도 불구하고 민간택지 비용이 높기 때문에 총 분양가는 인근 시세를 웃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6월부터는 분양가 인상과 관련된 제도가 줄줄이 도입될 예정이다. 6월부터는 단품 슬라이딩제도가 도입돼 실행에 들어간다. 단품 슬라이딩 제도는 한 원자재의 가격이 일정 기간에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이를 건축비에 즉각 반영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건설자재 가격은 6개월마다 점검해 건축비에 반영해왔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고스란히 분양가로 넘겨지게 된다. 9월부터는 소비자만족도가 우수한 건설업체로 뽑히면 지상층 건축비의 1%를 분양가에 추가할 수 있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6월부터 입주자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해 신청업체 가운데 10% 안팎을 우수업체로 선정할 예정이며 9월 이후 입주자모집 승인 신청을 하는 주택부터 적용된다. ◇미분양 혜택 누려볼까=미분양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수요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갖가지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계약금 인하와 중도금 무이자 서비스는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채택하고 있고 지방의 경우 발코니 확장에서부터 풀 옵션까지 무상으로 제공해 주는 단지도 많다. 대우, 롯데, 우림, 한화, GS, 월드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 계약금을 낮춰주거나 중도금을 무이자로 빌려주고 있다.(표 참조) 이렇게 되면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게 된다. 한화건설이 수원 인계에서 분양중인 ‘한화 꿈에그린파크’는 계약조건을 당초 계약금 10%, 중도금 이자 후불제에서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로 변경했다. 계약금 1,000만원만 있으면 입주 시(2010년 3월)까지 비용 부담이 전혀 없는 셈이다. 계약금 및 중도금 납부조건 완화 이외에 옵션 및 발코니 확장을 무료로 제공하는 단지도 많다. 수도권에선 대우건설의 평택 용이 푸르지오, 월드건설의 강변 월드메르디앙이 발코니 확장을 무료로 해주고 있고 지방에선 대우건설, 월드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이 풀옵션 무상시공, 시스템창호 무료 설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경희 부동산뱅크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최근에는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각 건설사들이 초기자금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며 “이를 최대한 활용하면 집도 갖고 부담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도 잘 골라라=미분양 아파트는 각종 혜택이 많기 때문에 잘만 고르면 적은 초기부담으로 앞으로의 시세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분양 중에서도 ▦뉴타운 택지지구 인근 ▦광역교통망이 확충되는 곳 ▦대단지 아파트가 알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선 대규모로 개발되는 택지지구나 신도시 주변의 아파트에 관심을 가질 만 하다. 택지개발지구는 기반 시설과 교통망이 잘 갖춰진 곳이 많고 신도시 주변의 경우 신도시의 편의시설 및 공원 등을 이용하기가 편리하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미분양으로 남아있는 물량이라 하더라도 개발 호재가 가시화되면 바로 미분양이 소진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실제 양주 고읍지구의 경우 지난해까지 극심한 부진을 보였지만 올 초 강북의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대부분의 미분양 물량이 소화되기도 했다. 광역 교통망이 확충되는 곳도 유망 단지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교통여건이 뛰어난 곳은 출ㆍ퇴근이 편리해 임대 수요가 풍부하지만 이미 교통 여건이 잘 갖춰진 곳은 가격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교통망이 추가되는 지역 주변을 노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현재 수도권에서 예정돼 있는 교통망 확충은 용인~서울간 고속화도로, 파주 경의선 복선전철, 남양주 경춘 고속도로 등이다. 개발호재나 인근 편의시설 여건 등이 비슷하다면 대단지나 대형 브랜드 아파트 위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권했다. 대단지의 경우 단지 내 녹지가 많아 생활여건이 좋은 데다 소규모 단지에 비해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청약률이 높았지만 계약 포기 등 개인 사정으로 발생한 미분양도 알짜 미분양 중 하나다. 이런 아파트는 시장의 분위기나 단지 결함 때문에 생긴 미분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기본적으로 미분양 원인이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때문인지, 입지 상의 문제때문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건설사가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제공하더라도 분양가가 주변 시세에 비해 과도하게 비싸진 않은지 등은 꼭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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