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초 서울시장으로 계실 때 처음 뵈었는데요. 당시 제가 "'신화는 없다'는 자서전을 잘 봤다"고 하면서 '한ㆍ소 수교 한해 전인 1989년부터 이미 소련의 가스ㆍ석탄 개발, 철도부설 등 북방경영에 힘썼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고 말씀드렸죠. 내심 '북방경영의 비전이 있으니 나중에 대권을 쥐면 남북관계도 실용적으로 잘 풀겠구나'라고 기대했던 기억이 납니다. 새삼 과거 일화를 꺼낸 것은 올해 남북정상회담이 예상되다가 오히려 최근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파탄국면으로 가면서 만감이 교차한 때문입니다. 많은 천안함 장병들이 산화해 '현실적으로 강경대처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공들여 쌓은 남북관계가 이렇게 퇴보하나'라는 아쉬움도 큽니다. 주지하다시피 남북교역 차단 등 대북 봉쇄조치는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피해로 다가옵니다. 국지전 발생 우려에 대한 국민의 불안도 큽니다. 가뜩이나 유럽발 경제위기가 제2의 글로벌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때 아닙니까. 그런데 대북 대결구도 심화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전략적 목표와 비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정일체제를 붕괴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여러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통제해 우리 구도대로 끌고 갈 능력을 구축하고 있는지 봐야 되고요, 북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상호주의 정착을 위한 것이라면 국지전의 위협까지 감수하면서 강공 일변도로만 가야 하는지 짚었으면 합니다. 단호하게 대처하되 좀 더 냉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북한과 중국이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국내에서도 선거용이라는 의혹이 있는 만큼 6자회담국끼리 합동검증반을 구성하든지 대안을 좀 더 찾았으면 합니다. 북한에도 자신들이 무고하다면 증거를 빨리 내놓으라 하고 그것을 못할 때 압박조치를 강화하면 어떨까요. 1987년 말 KAL기 폭파사건에도 불구하고 7개월 뒤 7ㆍ7선언(북한ㆍ동구권과 관계정상화 천명)이 나온 바 있습니다만 추후 남북관계 개선을 고려한 수위 조절도 필요합니다. 남북관계는 2인3각 경기와 비슷합니다. 서로 인내하고 협력해야 이깁니다. 그렇다고 안보를 뒷전에 놓자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북한을 다룰 때 국제 문제로만 보지 말고 민족 문제의 관점에서도 봐야 합니다. 최근 타이완이 중국과 협력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상황이 부럽습니다. 2004년 봄 집무실에서 시장께서 '들려줄 얘기가 있으면 하라'고 했고, 저는 "집권하면 남북관계, 외교관계, 경제 부문 모두 스펙트럼상 중도에 초점을 맞춰 일을 추진해달라"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