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이후 대구와 부산 등 영남권에서 3만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상반기 분양 시장이 과열 양상을 빚었던 이들 지역에서 하반기에도 대규모 분양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시장 일각에서는 과잉 공급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1년여간 이 지역은 실수요 못지않게 투자 수요가 많았다"며 "공급이 늘어 단기 매매 차익에 대한 기대가 없어진다면 상반기와 같은 활황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3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8월 이후 영남권에서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는 3만1,673가구로 올해 상반기 분양물량(4만5,000여가구)의 70%선이다. 하지만 아직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한 아파트 단지까지 분양에 나선다면 8월 이후 공급 물량은 상반기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시장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대구와 경북은 각각 5,225가구, 2,761가구가 공급돼 상반기보다 물량이 줄었지만 부산(1만761가구)과 경남(1만2,006가구)은 오히려 늘었다.
문제는 최근 1년 사이 이들 지역에서 신규 아파트가 너무 많이 공급됐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영남권에 공급된 아파트는 11만6,000여가구로 수도권(17만8,000여가구)의 65% 수준이다. 영남권 인구가 1,270만명으로 2,380만명이 넘는 수도권의 절반 정도임을 고려하면 공급 과잉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셈이다.
상반기 끝자락에 분양됐던 영남권의 신규 아파트 일부가 미달 사태를 빚거나 3순위까지 가서 마감된 것도 공급 과잉 우려에 힘을 싣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수요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되는 일부 혁신도시를 제외하고는 하반기 분양 열기가 다소 주춤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 일부에서는 택지지구 중심이었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이들 지역 분양 물량이 재개발·재건축 중심으로 수요층이 달라 공급 과잉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분양이 가장 많은 부산에서는 래미안 장전(1,389가구)과 대연동 롯데캐슬(3,149가구), SK뷰(1,132가구) 등이 재개발 물량이며 대구에서도 신천동 반도유보라(764가구), 서대신 7구역 푸르지오(959가구) 등이 대단지 재개발 사업이다.
대구 신암동 A공인 관계자는 "가을 이후에는 재개발 지역 신규 물량이 시장의 관심을 끌 것"이라며 "분양가만 적당하다면 분양은 잘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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