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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노르웨이서 날아온 경고
입력2011-07-26 17:40:58
수정
2011.07.26 17:40:58
"노르웨이는 민족주의와 가부장제가 확립된 한국과 일본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
평화의 나라 노르웨이를 한 순간에 핏빛으로 물들인 연쇄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발언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한동안 잠잠했던 다문화주의 논의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민자 천국으로 불렸던 유럽마저 극우 테러에 노출되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한국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극우'라는 말을 금기시하던 유럽 사회는 이제 극우세력의 주장이 주류 스펙트럼으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다. 극우 정당들이 유럽 각국 의회로 속속 입성하고 있다는 소식은 신선한 얘깃거리도 아니다. 유럽 정상들은 앞다퉈 '다문화주의 실패'를 선언하고 반이민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똘레랑스'로 유명한 프랑스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당수가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에 나서면서 '엥똘레랑스'국가로 내몰리고 있다. 유럽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되레 테러범에 감정을 이입해 자신의 초라한 처지를 외국인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테러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유럽의 상황을 지켜보면 아무런 준비 없이 다문화사회에 들어선 한국은 과연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든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만 120만명이 넘지만 한국인들의 다문화 의식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정부의 다문화 정책도 원칙이 실종된 상태다. 한편으로는 이주결혼여성을 위한 정착지원제도를 발표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주 노동자를 쫓아내기에 급급하다. 외국인들과의 일자리 경쟁에서 밀리는 한국인과 차별대우를 당하는 외국인들 사이의 갈등 얘기도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지금처럼 땜질식 처방에만 급급한 채 우리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갈등구조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불안감만 키울 수도 있다. 브레이비크의 미소가 더욱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르웨이에서 날아온 경고를 허투루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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