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만도 수십억원어치를 보유한 ‘강남 부자’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서울 강남 재건축아파트에서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건축아파트는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가격이 하락하면서 매력이 부각됐지만 올 들어 가격이 전고점 수준으로 회복돼 기대 수익률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은 임대수익률이 3%대에 머물고 가격도 하락 추세를 보이지만 내년 바닥권에서 매입하면 경기회복에 따른 임대수익률에 시세차익까지 얻을 것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ㆍ기업은행 등 5개 은행의 자산관리사(PB)를 대상으로 ‘강남부자’들의 투자동향을 문의한 결과 이들이 최근 가장 관심 있게 보는 투자물건은 상업용 부동산이었다. 손경지 하나은행 PB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올 상반기까지는 강남 재건축 등 주거용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컸지만 현재는 빌딩 통매입에 관심이 많다”며 “아파트는 현재 가격이 꼭지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데 반해 빌딩은 최근 소폭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영국 기업은행 PB고객부 팀장도 “최근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격이 조정을 받거나 재건축 활성화 등의 정부 정책이 없으면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 부자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빌딩은 강남권에 있으면서 금액이 적게는 50억~60억원대에서 많게는 100억원 안팎인 물건들이다.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센터 PB팀장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강남권 빌딩에 대한 관심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최근 일부 건물의 임대수익률이 3%대로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몇 년간 보유하다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해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백현학 우리은행 서초센터 PB팀장은 “인플레이션 우려로 보유 금융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상가나 오피스텔 쪽을 노리는 사람도 있다”며 “강남권 오피스 빌딩의 경우 매물이 없고 덩치가 커 강남권 반경 10㎞에 있는 분당이나 강북 쪽 물건을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자산이 풍부한 이들도 총부채상환비율(DTI) 시행 이후 투자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PB들은 입을 모았다. 임병준 국민은행 대치PB센터 팀장은 “이들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금출처가 밝혀질까 봐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출에 제약이 생기면서 투자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국 팀장도 “고정적인 수입이 없는 경우 대출을 이용해 투자하기 어렵기 때문에 (DTI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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