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출판 시장은 불안정한 세계 정치 지형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아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출판사들이 전략적으로 내놓을 예정인 책들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 것들이 눈길을 끈다. 주요 출판사들로부터 올 상반기에 출간할 예정인 책들의 리스트를 받아 자기계발, 경제경영, 과학, 소설 분야별로 나눠서 소개한다.
● 경제경영
빈국이 가난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에릭 라이너트 지음, 부키 펴냄, 1월 출간 예정)=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에릭 라이너트의 군나르 뮈르달상 수상작이다. 이 상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지난 2003년 '사다리 걷어차기'로 수상하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제3세계 빈국들은 왜 그토록 가난하며, 왜 빈곤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는가'라는 문제 제기를 경제학 역사에 접목해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국가간 소득 격차가 매우 심각한데도 주류 경제학이 왜 이 문제를 방치하며 제대로 다루지 않는지 파헤친다. 주류 경제학 외에 빈부 문제를 다뤄온 경제 이론의 전통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한편 이에 따라 빈부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방법들도 제시한다.
마케팅 세계의 본질 파헤쳐
■누가 내 지갑을 조정하는가(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월 출간 예정)=지난 20년 동안 브랜드 전쟁의 최전방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했던 저자가 마케팅 세계의 내막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그 본질을 파헤쳤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어떤 장난감이나 시리얼 브랜드를 골랐다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책을 산 적이 있다면, 베개 밑에 아이폰을 놓아두고 잔다면 이미 브랜드의 마수에 걸려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마케터와 광고업체들이 진실을 은폐하고 속임으로써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도록 만드는 심리 전술과 음모들을 낱낱이 드러내면서 자본주의가 빚어낸 소비 사회의 본질을 심도 있게 고찰한다. 아울러 세계적인 대기업의 공략으로부터 스스로를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어떻게 맞서 싸워야 하는지 등의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워킹푸어의 현실 비판한 탐사보도
■니켈 앤 다임드(Nickle and Dimedㆍ가제,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부키 펴냄, 5월 출간 예정)=긍정주의의 폐해를 고발한 '긍정의 배신'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대표작이다. 사회활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웨이트리스, 청소부, 월마트 판매원 등으로 위장 취업해 저임금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워킹 푸어(Working Poor)의 노동 현장을 고발한 사회비판적 탐사보도기다. 저자의 날카로운 문제 의식과 현장 취재에 기초한 글쓰기는 의식이 있는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으며 생활임금 논쟁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미국에서만 1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독일, 프랑스, 일본, 중국, 이스라엘 등 세계 10여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됐다.
● 자기계발 및 인문
멋진 노후를 위한 '知'의 조건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월 출간 예정)=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이 들고 늙어간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유기체에게 주어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나이가 들수록 끝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멋지게 사는 반면 누군가는 일상에 치여 젊은날을 허우적거리며 보내다가 은퇴와 함께 의미 없이 무너진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품격 있게 행복한 삶을 살 것인가, 죽음의 순간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보낼 것인가? 저자는 그 해답을 '지적 생활'에서 찾는다. 지적 욕구와 배움에 대한 열망은 인간의 본능이며 지(知)의 열정에는 나이가 없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책은 인생의 후반을 만족스럽고 멋지게 보내기 위해 죽을 때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습관은 운명도 바꾸게 한다
■단 하나의 습관(연준혁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1월 출간 예정)=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요즘 같은 시기에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남다른 재능 혹은 독한 정신력? 저자의 답은 "몸에 익은 단 하나의 습관"이다. "역사 속 위대한 인물들도 지금의 우리처럼 어설프거나 흔들렸던 순간이 있었지만 그들을 굳건하게 잡아준 것은 사소한 습관 하나였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어떤 습관이든 단 하나만이라도 몸에 익으면 그 힘은 막강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게 되며 이는 곧 운명을 내 편으로 만드는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드는 것은 거창한 무엇에 있지 않다. 승리는 일상을 가꿀 줄 아는 이들의 것"이라고 말한다.
■인저스티스(Injusticeㆍ가제, 대니얼 돌링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월 출간 예정)=우리는 끊임없이 부정한 일들이 일어나는 세계에서 살아간다. 왜 이러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가. 사회학자인 저자가 권위 있는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무지, 탐욕, 나태, 더러움, 질병이었던 사회적 악이 '엘리트주의는 효과적이다', '차별은 필요하다', '편견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등 5가지 사회적 악으로 점차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누가 가장 피해를 입으며 누가 가장 이득을 챙기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독자들은 사회 정의 문제에 있어서 그 무엇보다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강한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과학
독창적이고 즐거운 물리학 강의
■물리학에 매혹되다(For the Love of Physicsㆍ가제, 월터 르윈 지음, 김영사 펴냄, 2월 출간 예정)=빌 게이츠에서 이라크의 소녀까지 전 세계 수백만 명을 매혹시킨 MIT 월터 르윈 교수의 감동의 물리학 강의. 진자운동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천장에 연결된 로프에 자신을 몸을 직접 묶어 실험하는 등 온몸을 던져 물리학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는 등 독창적이고 기발한 방법으로 전개되는 르윈 교수의 강의는 MIT에서 30년이 넘도록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물리학을 세계의 원리를 깨닫게 해주는 즐거운 학문으로 승화시켰다. 신간에서는 세상 속에 숨겨진 운행 법칙을 드러내는 물리학의 경이로운 아름다움과 위력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5세대 생명공학의 패권은
■경계를 넘어서(Beyond Boundariesㆍ가제, 미구엘 니콜레리스 지음, 김영사 펴냄, 7월 출간 예정)=인류의 진화 혹은 생명공학의 발전은 현재 4세대를 지나고 있다. 1세대는 다윈의 진화론, 2세대는 멘델의 유전법칙, 3세대는 DNA 구조의 발견, 4세대는 줄기세포 연구로 구분된다. 이제 5세대 생명공학의 패권을 과연 누가 차지할 것인가를 예상하고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듀크 대학 신경생물학자인 미구엘 니콜레리스는 이런 변화를 맨 먼저 감지하고 연구에 뛰어든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연구의 1세대 학자로, 21세기 들어 본격화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의 발전 과정을 단계적으로 정리하면서 생명 진화의 문제를 고찰한다.
● 소설
작가 황정은의 두 번째 소설집
■파씨의 입문(가제, 황정은 지음, 창비 펴냄, 1월 출간 예정)=지난 해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서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는 소설가 황정은의 두 번째 소설집. 시적인 압축이 돋보이는 간결한 언어 운용의 미덕이 완성도를 더했으며 폭력적인 세계를 간신히 살아내는 인물들을 감싸안는 소설적 윤리는 더욱 단단해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문학에 대한 고민과 현실에 대한 고민이 맞물려 응축된, 주목 받는 젊은 작가의 흔치 않은 성취로서 기대할 만하다.
고군분투하는 청춘의 모습 담아
■나의 토익 만점 수기(심재천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1월 출간 예정)=토익 만점과 취업을 위해, 그리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늘날 청춘의 자화상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은 토익 만점과 취업을 위해 호주로 어학연수를 가서 마리화나를 불법 재배, 판매하는 현지인의 자발적 인질이 된다. 유머러스한 설정과 재치 있는 서술, 거침없는 문장으로 소설적 재미를 극대화하면서 우리 사회의 현실과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김옥균을 죽여라(정명섭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1월 출간 예정)=저명한 역사소설가인 저자가 개화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김옥균 암살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를 소설로 재구성했다. 이미 이 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진 홍종우가 최남선의 신문사에 회고록을 전달하면서 진범을 가리려는 류경호 기자와 이를 방해하거나 돕는 세력들이 등장한다. 1920년대 개화와 식민지의 현실에 굴복한 지식인 류경호가 30여년 전 개화와 보수 사이에서 갈등했던 지식인 홍종우를 글로 만나는 액자식 구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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