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약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올랐다. 지난해 유로와 엔화에 대해 각각 14% 이상 강세를 나타냈던 달러가치가 새해 초부터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과 무역적자 확대 우려감으로 급락하면서 올해 달러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시티그룹과 모건스탠리ㆍJP모건ㆍ리먼브러더스 등 월가(街)의 투자은행들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 행진을 멈출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4월 이후부터 달러가치 하락이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 연말에 엔ㆍ달러는 평균 107엔, 달러ㆍ유로는 1.29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달러약세의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이다. 3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해 12월 열린 FRB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대부분의 위원들이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 조치의 횟수가 많지 않을 듯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자 달러화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유럽과 일본 경제가 회복기미를 나타내며 금리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이 같은 통화정책 변화는 그 동안 금리차이를 노려 달러표시 자산에 투자했던 해외자금이 미국시장에서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럽ㆍ일본 등과의 금리 스프레드를 이용해 달러자산을 사들였던 오일머니 등 해외투자가들이 국제적 포트폴리오 재편작업을 서두르면서 달러약세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상최대 행진을 하고 있는 무역 및 경상 적자도 금리 매력 소멸과 함께 더욱 확대돼 달러가치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대 스턴스쿨의 누리엘 루비니 경제학 교수는 “미국의 경상적자는 지난 2004년 6,650억달러, 지난해에 8,50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한 것으로 판단되며 수년 내에 8%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달러강세는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올해부터는 달러하락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해외에서 얻은 이익을 본국에 송금할 때 세율 인하혜택을 제공했던 국내투자법(HIA)도 지난해 10월로 종료됨에 따라 달러약세를 부채질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 여타 국가와의 금리격차가 좁혀지기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데다 미국이 3.5%의 추세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들어 달러강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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