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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5월 15일] 환헤지 진흙탕 공방
입력2008-05-14 17:10:04
수정
2008.05.14 17:10:04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라는 환헤지용 파생상품이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키코는 환율하락기에는 유리하지만 환율급등시에는 환헤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는 통화옵션 상품이다.
환율이 2년반 만에 1,040원대로 폭등하자 이 상품에 가입한 수출업체들은 수조원대의 환차손을 입고 당국에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키코와 관련된 수백억달러에 달하는 달러매수 수요는 가뜩이나 수급이 붕괴된 외환시장을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일을 상상도 못했던 일반 투자자들은 영업손실에 따른 해당 기업체의 주가하락에 눈물을 쏟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면서 환손실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정부ㆍ은행ㆍ기업체 간 진흙탕 공방전이 펼쳐져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먼저 정부는 은행이 문제의 진원지라고 비난하고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를 노려 환율하락 전망만 집중 부각,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고 상품판매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반면 은행은 수년간 환율하락장에서 기업의 환방어에 도움을 줬는데 상황이 바뀌었다고 사기꾼으로 매도당하는 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환율이 단기폭등한 것은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개입 때문이라며 화살을 정부 측에 돌리고 있다.
기업들은 환율상승을 고집하는 강만수ㆍ최중경 기획재정부 장차관 탓이라며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는 동시에 금융감독원에 은행의 무책임한 영업을 조사해달라며 양쪽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외환 당국인 한국은행은 기업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꼬집는다. 지난해 하반기 환율이 상승 반전할 확률이 낮기는 했지만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특히 환차익으로 몇 푼 더 벌기 위해 완벽한 환헤지를 포기하고 환위험을 감수한 것은 업체의 명백한 과오라는 지적이다.
결국 이 혼란은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닌 모두의 책임일 수밖에 없다. 은행은 수수료를 좇아 환율급등 가능성에 눈을 감았고 업체는 환차익을 위해 환위험을 방관했고 정부는 경상수지 개선을 외쳤지만 그 이면의 부작용은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욕심이 화를 부른 것이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우(愚)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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