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해외 은행에 대한 과도한 벌금부과 문제가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의제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프랑스가 오는 11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의 벌금부과 문제를 의제로 올리려 하며 독일·이탈리아·영국 등이 이를 지지했다고 프랑스 및 유럽 국가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FT는 미셸 사팽 프랑스 재무장관이 최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과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무장관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 모두 이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는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 국가인 이란ㆍ수단ㆍ쿠바 등과 거래한 혐의로 미국 정부에 89억7,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 있으며 이 여파로 2·4분기 43억2,000만유로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벌금으로 프랑스 최대 은행이 타격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던 프랑스 정부는 미국에 벌금규모와 제재권한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FT는 "BNP파리바는 프랑스나 유럽연합(EU)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미국 정부가 지나치게 과도한 제재를 한 게 아닌지 짚고 넘어가려는 게 프랑스 정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다른 유럽 국가 역시 프랑스의 제안에 동의하는 것은 자국 은행들이 벌금 폭탄을 맞을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주요 대형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는 BNP파리바와 같은 혐의로 비슷한 수준의 벌금부과가 예상되며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과 이탈리아 유니크레디트도 조사를 받고 있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건전성규제청(PRA) 청장은 지난달 "미국 등 다른 국가 당국이 부과한 막대한 벌금이 은행들의 자본재건 노력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미 재무부는 금융회사가 법 위에 있지 않으며 외국 은행이 미국에서 영업을 하려면 미국 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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