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국고는 이달 중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돼 구제금융 지급이 절실하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가 실제로 돈을 받아 쥐기까지는 여전히 난관이 존재한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의회는 오는 11일 135억유로(19조원) 규모 긴축안에 대한 승인표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긴축안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ㆍ유럽연합(EU) 등 일명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돈을 내주는 조건으로 내걸었던 요구사항이다.
그리스 의회가 긴축안을 받아들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은 이튿날인 12일 회의를 열어 '계좌이체'를 승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송금되는 자금은 315억유로로 부실은행 구조조정 등에 쓰여 시간을 벌게 된다.
문제는 당초 무난히 승인될 것으로 예상됐던 긴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300석으로 구성된 그리스 의회는 최대 여당인 신민당(127석)과 사회당(33석)ㆍ민주좌파(16석)가 모여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데 민주좌파는 이미 긴축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만일 이탈표가 10표만 더 나오면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리스 양대 노조는 6~7일 총파업을 예고해 의회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더구나 '그리스 구제금융이 과연 이것으로 끝이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0월31일 그리스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 189%로 오르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192%까지 뛸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13년 부채비율이 167%로 정점을 찍고 이후 내리막을 타 2020년 120% 목표선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을 뒤집는 분석이다.
결국 트로이카는 그리스에 더 많은 돈을 퍼붓든지 아니면 그리스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더 졸라 매도록 요구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쪽이든 완전히 판을 새로 짜는 셈이어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이날 콘퍼런스콜을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