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 완화를 반전의 계기로 삼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업계가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로 소송이 진행되는 광희개발전문자기관리리츠 사태로 규제 강화 부메랑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특히 그동안 업계가 공들여온 코스피 상장 요건 완화가 없던 일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다산리츠에 이어 4년 만에 광희리츠가 비리에 휩싸이면서 리츠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2위이던 광희리츠는 지난달 27일 김종국 각자 대표가 박광준 각자 대표 등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하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코스피 상장 요건 완화 움직임이 다시 규제 강화로 돌아설지 여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기업형 임대주택 육성 대책을 발표하면서 비개발형 리츠의 상장 매출액 요건을 종전 3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낮추고 임대주택리츠도 50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리츠 육성책을 내놨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와의 불협화음으로 최종 대책에서 상장 요건 완화가 빠진 뒤 다시 올해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에서는 비개발형 리츠에 한해 상장 요건을 매출액 100억원으로 줄이기로 하는 등 정책이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는 다산리츠 사태 이후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상장에 성공한 리츠가 전무한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무산될 경우 리츠 산업 자체가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리츠사는 △자기관리 11개 △위탁관리 56개 △기업구조조정 31개 등 98개에 이르지만 이 중 상장된 곳은 일곱 개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광희리츠 사태를 계기로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서 규제를 더 강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경영상의 문제는 어떤 회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리츠업 자체의 문제로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 스테이(New Stay)' 추진을 위해 리츠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려던 국토부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비개발형리츠 외 다른 영역까지 상장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위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광희리츠 사태로 명분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정기검사 당시 배임 혐의 부분을 국토부에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리츠는 부동산펀드와 달리 사모이든 공모이든 모두 검사하고 있다"며 "광희리츠 역시 내부거래와 관련해 이미 파악하고 행정조치를 취하려 했을 때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지면서 그쪽에서 먼저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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