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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끝나지 않은 P의 공포

지난해 11월12일(현지시간) 사위가 어둑어둑해진 오후7시경.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마리오 몬티 당시 상원의원을 로마 대통령궁으로 은밀히 호출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총리 자리를 맡기기 위해서였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불과 나흘 뒤 취임식을 거행한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몬티 총리는 곧장 강력한 개혁정책을 밀어붙였다. 긴축 정책이 속속 통과됐고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도입됐다. 글로벌 시장은 즉각 환호했다. 당시 7.2%를 넘겼던 10년물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최근 4.5%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몬티 총리가 지난 8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재정위기의 주범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연립 정부의 과반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나는 몬티가 두렵지 않다"며 벌써부터 내년 초 총선에서 포퓰리즘 공세를 펼 채비를 갖추고 있다. 몬티 총리의 개혁안이 좌절되면 소강 국면에 접어든 유럽 재정위기는 다시 한번 세계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P(politicsㆍ정치)의 공포'의 부활이다.

이탈리아뿐만이 아니다. 오는 16일 총선을 앞둔 일본에서는 "윤전기로 돈을 찍어내 뿌리겠다"는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줄곧 지지율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 최고 빚더미 국가인 일본에 무제한 양적완화가 합당한 통화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당장은 엔저효과에 어깨를 으쓱할 수 있겠지만 불과 몇 년 안에 일본에 잃어버린 20년 이상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공포가 몰아닥칠 수 있다.



이밖에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과연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일부 독일인들 사이에서는 "왜 나의 세금으로 게으른 이웃 국가를 도와야 하는가"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만일 메르켈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유럽 재정위기 해법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퓰리즘을 먹고 자라는 P의 공포는 올해에도, 내년에도 세계경제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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