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보유한 중국 중앙은행이 미국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했다가 가치가 폭락하는 바람에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국민의 예금까지 끌어다 미국 채권에 투자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자금부족에 시달린 끝에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NYT는 인민은행이 미국 금융자산 가치가 폭락하면서 정부와 자금조달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5일 보도했다. 익명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현재 미국 자산가치 급락으로 자금 회수가 어려워 투자자들에 대한 이자조차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민은행은 지난 7년간 약 1조 달러 어치의 미국 국채(TB)와 패니매ㆍ프레디맥의 모기지채권 등을 사들였지만, 연간 수익률은 3%대에 불과했다. 인플레이션과 위안화 절상을 고려하면 손해를 본 셈이다. 게다가 위안화의 가치는 지난달 소폭 하락했지만 2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인민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국 채권의 위안화 환산 가치는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인민은행은 자국 상업은행들로부터 2%도 채 안 되는 저금리로 1조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했다. 인민은행의 구체적인 손실 규모는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 중국 내에서는 '국민들의 부(富)를 이용해 미국에 좋은 일만 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NYT는 중국 재정부가 중국 정부가 소유한 채권을 중앙은행의 소유로 돌림으로써 자금부족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미국 채권을 대량으로 매각할 경우 달러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중국 관료들은 최근 수차례 "위안화 절상을 바라지 않는다"며 "달러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미국 채권을 계속 사들일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위안화를 절상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에 찬성해온 반면 재정부는 수출업체 보호를 위해 이에 반대해왔는데, 인민은행이 재정부에 의존하게 되면서 재정부의 의견이 관철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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