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코는 일본 국내 관광지를 외국인에게 안내하는 프리랜서 가이드다.
전업 주부이던 그는 아이들이 장성하자 자신만의 일을 갖고 싶었다. 10년 전 49세이던 그는 대학 졸업 후 접어뒀던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가이드 선발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였다.
시험에 합격한 그는 이후 10년간 일본 전국을 누비며 영어권 관광객을 대상으로 일본을 소개하고 있다.
16~19일까지 센다이와 도쿄에서 열리는 세계관광협회에 참가한 영어권 기자들을 안내하는 그는 기자도 모르는 한국 드라마의 내용을 줄줄이 꿰는 한류 팬이다. 그런 그지만 기자에게 자신을 '가이드'라고 소개하면서 "일본 가이드는 한국 가이드와 다르다"고 못을 박았다. 한국에서의 불쾌한 경험 때문이었다.
"내가 한국에 몇 차례 가봤다. 한번은 가고픈 식당이 있어서 가이드에게 안내를 해달라고 했더니 안 데려가더라. 그래서 우리는 가이드 안내 없이 택시를 타고 찾아갔다. 가이드가 안내를 거부한 이유를 알고 보니 그 식당 주인이 가이드에게 뒷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더라."
여행판을 손금 보듯 훤히 알고 있는 그에게 난장판 같은 한국 관광은 한심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관행이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다. 기자도 모스크바에서 볼쇼이 발레를 보러 갔을 때 현지 가이드의 농간으로 5달러짜리 공연을 50달러를 주고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가 못된 짓을 한다고 해서 우리 잘못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업계에서 상점과 가이드ㆍ여행사 간에 이뤄지는 못된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행사는 싼 값에 여행객들을 유치하려고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덤핑 경쟁을 일삼는다. 가이드들은 "네 몫은 네가 알아서 챙기라"는 식으로 노동을 착취하는 여행사를 상대로 먹고 살려다 보니 그렇게 해서라도 돈을 챙길 수밖에 없다. 물론 하나투어 여행사 같은 일부 업체가 이 같은 관행을 끊으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업계 전반으로 번져나가기까지는 아직 요원하다.
문화관광부도 '4대강 유역 관광개발' 같은 뜬구름 잡는 얘기만 할 게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해온 그릇된 관행부터 척결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소신껏 일하는 것보다 윗사람 관심 분야에 '딸랑딸랑' 종 쳐주는 것이 출세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정권 말기도 됐으니 소신껏 일하는 공무원도 몇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