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초로 한국계 연방 대법관이 나올 수 있을까. 미국 연방 대법원의 데이비드 해켓 수터(69) 대법관이 은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으로 누구를 지명할지를 놓고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최고의 사법기관인 연방 대법원은 인권ㆍ정의 등에 대한 최종적인 법률적 판단을 내려줌으로써 미국인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도덕적 가치와 윤리규범을 제시해왔다. 인권운동과 소수민족의 권리를 강조해온 오바마 대통령은 수터 대법관의 후임으로 소수 인종 또는 여성계를 대표하는 진보적 성향의 법률가를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와 관련해 2일 수터의 뒤를 이을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로 한국계인 고홍주(54ㆍ미국명 헤럴드 고ㆍ사진) 국무부 법률고문(차관보) 내정자를 비롯해 10명의 인사를 사진과 함께 소개했다. 예일대 로스쿨 학장인 고 내정자가 대법관에 임명되면 미국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계 대법관이 탄생하는 것이다. 고 학장은 국무부 법률고문 인준을 위한 상원 청문회를 앞두고 일부 보수진영으로부터 매서운 공세를 받았는데 이는 향후 고 학장이 대법관으로 지명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부터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보수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의 진행자 글렌 벡은 “고 학장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지지하고 있다”고 공격했으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정치고문을 지낸 전략가 칼 로브와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도 벡을 편들면서 고 학장을 물고 늘어졌다. 고 학장은 평소 미국이 국제형사재판소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미국의 법률에 국제적 인권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론을 펴왔으나 보수진영은 이러한 견해가 타국의 법률에 미국의 사법 시스템을 종속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해왔다. 200년이 넘는 미국 대법원의 역사에서 지금까지 대법관을 지낸 110명(현직 포함) 가운데 흑인은 2명, 여성도 단 2명에 불과하다. 히스패닉과 아시아계는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선거라는 정치적 요소들을 고려할 때 미국 내 유권자 비율에서 아시아계를 월등히 능가하는 히스패닉계에서 대법관 후보가 지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히스패닉계 여성 법조인인 소니아 소토메이어 제2 연방항소법원 판사와 킴 매클레인 워들로 제9 연방항소법원 판사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히스패닉 인사로 남성인 루벤 카스티요 일리노이 북부지구 판사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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