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매입하는 민간 기업의 총 투자 비용이 당초 예상됐던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가 기부채납액을 토지 매입금액이 아닌 개발 후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기부채납액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특히 기부채납액이 늘면 가뜩이나 높은 땅값과 과도한 기부채납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전 부지 개발의 사업성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시는 한전부지 개발사업에 용적률 800% 이하, 기부채납(공공기여) 40% 내외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3일 밝혔다. 용도지역을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한 만큼 부지면적의 40% 내외에 해당하는 가치를 토지나 기반시설 또는 설치비용으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특히 공공기여는 기업의 토지 매입가격이 아닌 개발계획에 대한 협상완료 단계에 별도로 감정평가를 시행해 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개발 이후 미래가치를 기준으로 이 금액의 40%를 기부채납 받겠다는 의미다.
서울시 관계자는 "용도지역을 변경해줌으로써 용적률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개발이익에 대한 환수가 필요하다"며 "한전부지의 현재 가치가 아닌 개발 시 감정금액을 평가해 공공기여 정도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전 부지 개발 비용은 업계가 예상하고 있는 1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업계는 한전 부지 감정가격 3조3,000억원을 기준으로 40%인 1조3,300억원의 기부채납과 건축비 3조원, 여기에 취득세 등 부대비용 등을 감안해 이 같은 투자비를 추산했다. 하지만 경쟁 과정에서 토지 매입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개발 이후 자산가치 상승을 기준으로 기부채납액이 결정될 경우 총 투자비가 수조원이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도 자체를 엄격히 제한한 데다 기부채납 비율이 40%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투자 기업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며 "불분명한 개발 이후 가치까지 반영해 기부채납액이 결정된다면 매각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힌편 이날 시가 밝힌 가이드라인에는 △개발방향 △용도지역 △기부채납 △향후절차 등이 담겼다. 개발방향에는 1만5,000㎡ 이상의 전시·컨벤션과 국제업무, 관광숙박시설을 비롯한 국제업무·MICE 핵심기능 등이 포함돼야 한다.
시는 COEX~한전을 국제적 컨벤션 중심공간으로 육성하기 위해 COEX는 기존 전시장 상부에 1만9,000㎡의 전시·컨벤션 시설이 조기에 증축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용도지역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하지만 용적률은 최대 800% 이하 범위 내에서 적정 개발밀도, 주변 기반시설 등을 감안해 결정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토지 매각 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경우 사업시행 단계에서 사업의 지연이나 무산 또는 매각 관련 분쟁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도시계획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해윤 시 동남권마이스추진단장은 "서울시 가이드라인에 맞춰 한전부지 개발이 공공성이 있는 사업으로 추진될 경우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와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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