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가 종영됐는데도 '별에서 온 그대' 열풍이 아직도 대단하다. 특히 중국에서 그렇다. 드라마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기는 장면이 방송되자 조류독감의 위험 경고가 무색하게 순식간에 치맥 열풍이 불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후 중국에서 치킨과 맥주를 파는 음식점이 속속 등장하기도 했다. 급기야 중국의 고위 인사들까지 나서 "왜 중국은 별에서 온 그대 같은 문화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느냐"며 중국의 콘텐츠 산업에서 상상력의 부재를 질타하고 나서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성공한 이 드라마가 바로 창조경제의 생생한 모델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드라마의 남자주인공 '도민준'은 외계에서 온 존재로 우리 인간들이 갖지 못한 신비한 능력을 보유했다. 공간 이동과 시간을 정지시키는 능력, 투시력, 염력 등이다. 미래 예측 능력으로 위기를 감지하고 순간 이동을 통해 달려가 여주인공 '천송이'를 멋지게 구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을 꿈꾸거나 상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복권의 당첨번호를 미리 알거나 가격이 급등할 주식과 부동산 정보를 얻어 부자가 되는 꿈 같은 것 말이다. 미래를 알고자 하는 욕망은 인류의 오래된 꿈이다. 점성술과 관상 등이 아직까지도 성행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신기술 관련 글로벌 어젠다 위원회는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향후 인류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신기술 10개를 선정했다. 그중 하나가 데이터를 활용한 미래 예측 모델이다. 이미 세계의 첨단기업들은 고도의 수학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고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데 구글은 검색어를 분석해 미국의 질병예방센터보다 2주나 앞서 정확한 독감 예보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나온 범죄 발생 사전 예측도 실제로 구현된 적이 있었다. 많은 기업이 현재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성공 여부를 가늠해보고 효율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이번주의 로또 번호를 정확히 알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별에서 온 그대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성공적인 드라마를 만들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중국에 콘텐츠 산업의 미래일 수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창조경제는 바로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현재에서 끊임없이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21일은 절기상 춘분이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지고 날씨가 포근해지면서 진정한 봄의 시작을 선포하는 시기다. 춘분의 가장 큰 의미는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라는 점이다. 우리 조상들은 춘분에 "하루를 밭 갈지 않으면 일년 내내 배가 부르지 못하다"고 했다. 춘분은 또한 미래창조과학부가 설립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미래부는 오늘부터 다시 밭을 갈고 창조경제의 씨앗을 뿌릴 것이다. 모든 씨앗에는 과거의 자양분과 함께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미래가 담겼다. 이 창조경제의 씨앗이 경제성장과 국민행복이라는 미래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1년 동안 창의적이고 부지런한 농부의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