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달 15일 역사적으로 발효됐다. 하지만 총선 등과 맞물려 이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 한편에서는 "FTA 폐기"라는 극단적 주장도 여전하다. 특히 투자자국가소송(ISD) 조항에 대한 논의가 많다. 이에 정부는 ISD 관련 민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보완책을 준비하고 있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란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투자유치국의 법령이나 제도에 의해 손해를 본 경우 중재판정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주로 분쟁에서 쟁점이 되는 이슈는 간접수용 해당 여부다.
국제감각ㆍ능력 등 갖춘 인재 부족
쉬운 예를 들어보자.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경우 이로 인해 투자손실을 입게 된 미국 투자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인가. 가능하다면 다소 심각한 문제라고 보여진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점검과 대비책은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정부의 향후 보완대책을 지켜보고자 한다. ISD 제도는 대부분의 FTA에서 보장되고 있다. 따라서 한미 FTA에서 ISD 조항을 철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ISD의 분쟁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제 ISD 분쟁절차에서의 대응에 대해 살펴보자. ISD 분쟁에서 법률대리 부분은 국내 변호사뿐만 아니라 해외 전문 로펌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ISD 분쟁에서 중재판정은 단심(單審)이 일반적이므로 중재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중재판정부는 3명으로 구성되는데 분쟁 당사자가 각각 1명의 중재인을 지명하고, 나머지 1명(의장중재인)은 상호 합의에 의해 선임하도록 돼 있다. 만일 합의가 안 되면 국제투자분쟁센터(ICSID) 사무총장이 지명한다.
따라서 ISD 분쟁이 발생했을 때 중재인 지명 단계에서 우리가 지명할 수 있는 중재인의 풀(pool)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가 중재인을 지명한다고 해서 해당 중재인을 조정ㆍ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쟁이 된 사안과 관련, 해당 정책의 동기ㆍ배경 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중재인으로 지명돼야 분쟁을 정확히 이해하고 합리적인 중재판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요건을 갖춘 국제중재인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중재인은 분쟁 사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명확하게 의사소통하며 합리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언어ㆍ문화 등의 측면에서 국제적 감각과 능력을 가진 국제중재인이라면 금상첨화다. 이런 국제중재인이라야 중재 과정에서 다른 쪽 분쟁당사자가 지명한 중재인이나 의장중재인을 설득하거나 설득력 있는 의견을 제시해 원만하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인재 풀 확충 등 범국가적 노력을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 국제중재인 풀이 다소 미흡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좀 더 많은 국제중재인을 양성하고, 국제분쟁에서의 대체분쟁해결절차(ADR)에 대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좀 더 범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현재 우리나라의 대표기구인 대한상사중재원을 좀 더 범세계적인 조직으로 발전시키고 활성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국제중재의 중심 무대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해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한미 FTA가 가지는 의미와 영향은 지대하다. FTA, 특히 ISD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정책 방향 등 면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이어지는 FTA 고속도로에서의 힘찬 출발에 큰 희망과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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