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데스크 칼럼] 1등 기업을 위한 변명


4ㆍ11 총선이 예상을 뒤엎고 여당의 우세로 끝났지만 연말 대통령 선거 기간까지 기업들의 경영활동은 여전히 안개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요즘 기업들, 특히 소비재 기업들은 과거 어느 선거 정국보다 곤혹스럽다. 경제 수준이 높아지고 정치 관련 거대 담론이 사라진 자리에 유권자들이 혹할 만한 물가ㆍ창업ㆍ소비 등 생활 관련 공약과 정책이 대거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과ㆍ제빵 분야 프랜차이즈의 모범거래기준을 발표한 후 제빵 프랜차이즈 1위 기업인 파리바게뜨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국에 2,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맹본사 가운데 파리바게뜨는 점포당 매출이 최상위 수준이다. 수천개의 가맹점을 운영하다 보니 가맹본부의 횡포에 마음 고생한 점주도 상당수 있을 것이고, 또 상당수 점주들은 빵집을 열어 새로운 인생을 연 사례도 있을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IMF 외환위기 이후 급성장한 데도 알 수 있듯이 창업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기여했다. 과거에는 몇 년 동안 제빵 기술을 익힌 사람이나 빵집을 차릴 엄두를 냈지만 파리바게뜨 본사의 제빵 기술 전수에 힘입어 몇 개월 만에 빵집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창업의 저변이 확대된 것. 이런 표준화된 빵집이 늘면서 전반적인 식품 위생 수준을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

그런데도 그간의 공(功)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과(過)만 강조해 마치 가맹점주들에게 횡포만 일삼는 탐욕 집단으로 몰고 가는 공정위의 처사에 파리바게뜨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특정 프랜차이즈 산업에서 1~2위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틈을 타 다른 외국계 중위 업체에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지적도 짚어볼 만한 부분이다.

같은 맥락에서 프랜차이즈업계만큼 요즘 괴로워하고 있는 곳이 라면업계와 유통업계다.

9년간 담합인상을 했다는 공정위 발표로 또 하나의 부도덕한 업계로 치부된 라면업계는 할 말이 많다. 결코 담합을 한 적이 없고 정보교환 활동이었을 뿐이었다는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라면값 700원대가 과연 그렇게 비싸냐는 질문을 던진다. 지난 1974년 시내버스 요금과 동일한 30원이었던 라면은 현재 시내버스 요금 1,150원에 비해 730원으로 훨씬 싸다는 것. 지난 10년간 식료품 물가상승률(통계청 기준)을 보더라도 밀가루는 105.5%, 채소는 84.4% 올랐지만 라면은 62.8% 오르는데 그쳤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칼국수도 5,000원에 못 먹는 게 요즘 물가다. 700원대 라면이 그렇게 비싼 거냐"고 반문했다.



더욱이 업계 1위인 농심의 영업이익률이 5%에 그치고 나머지 라면 업체들은 다 적자에 허덕이는데 라면업계가 가격 인상 담합으로 배를 불려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억울함을 호소하기는 대형마트도 둘째 가라면 서럽다. 월마트와 까르푸라는 해외 유통업체의 공습에 초토화될 것이라는 국내 유통 시장을 토종 유통 기업들이 철통 방어해냈고 국내 물가를 낮추고 낙후됐던 국내 유통산업의 선진화를 앞당겼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납품업체를 등치고 중소기업의 성장을 방해하는 기업으로 이미지가 전락했다.

곡절 끝에 대형마트가 월 2회 강제 휴무에 들어갔지만 동네 슈퍼나 재래시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은 불편하고, 재래시장은 이득이 없고, 대형마트는 매출이 줄어드는 이 규제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심스럽게 만든다.

한국 정치가 갈수록 이거 아니면 저거여야 한다는 이분법적 편가르기에 골몰하다 보니 정부의 기업 정책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시장에서 1등인 기업이 남용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막겠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자칫 정부가 시장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건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기업 활동은 동전의 양면처럼 긍정과 부정의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 만큼 1등 기업들이 존경 받는 기업으로 질적 전환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따뜻한 균형추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