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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전시 줄 잇는다

유명 작품 앞세워 미술시장 활로 찾자<br>학고재갤러리, 남경민 등 기획전<br>갤러리현대 강남점, 김동유 개인전

'회화의 예술'전이 열리는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전시 전경. 왼쪽부터 이동기, 정수진, 서상익의 작품들이다. /사진제공=학고재

미술시장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외려'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 전시가 줄을 잇고 있다.

화랑가 곳곳에서 "작품이 안 팔린다"는 탄식이 터져 나옴에도 불구하고 양극화한 경제상황을 반영해'그래도 팔리는'인기작가를 내세운 몸부림으로 보인다.

통상 미술시장은 호황기에는 소장가들이 수집하기 좋은 회화와 상업적 전시가 많아지지만 불황이 지속되면 그림과 조각이 물러나고 영상ㆍ설치작업 등 비상업적 전시 비중이 높아진다. 시장 위축으로 거래가 줄어드는 대신 이 같은 '장르의 확장' 시도로 향후 시장 회복 때 작가들이 어떤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가늠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도다. 올 상반기에 유난히 설치ㆍ영상 전시가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전시에서는 이 같은 경향을 뒤엎듯 다시 '회화 전시'가 증가했다. 전시 작가들도 '베스트셀러' 일색이다. 해도 해도 안되니 유명 작가 작품으로 탈출구를 모색해보려는 듯하다. 미술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돼 가는 것이다.

소격동 학고재갤러리는 남경민, 서상익, 이동기, 정수진, 홍경택 등 인기작가 5명으로 구성된 기획전 '회화의 예술'을 다음달 말까지 진행한다. 독립큐레이터 이진숙씨의 기획으로,'손맛'이 일품인 작가들을 모아 디지털 시대의 그림이 나아갈 미래와 본질을 짚어본 자리다. 홍경택은 화려한 색채의 대표작 '연필'이 2007년5월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추정가 7,000만원의 10배 이상인 7억원 이상에서 팔리며 신기록을 세웠던 인물. 이번 전시에서는 뉴욕 체류 중 수집한 서점모습에 국내외 대가들의 작품 이미지를 그려넣은 신작, 회색을 배경으로 정교하게 그린 '손' 연작 등을 통해 예술의 원천을 다시 묻는다.



'팝아트의 대부'로 통하는 작가 이동기는 자신을 대표하는 캐릭터 '아토마우스'를 지워버린 대신 추상회화를 선보였다. 작가는 "뉴미디어와 비물질화가 빠르게 전개될수록 사람들은 반대로 물질적인 것에 대한 결핍을 느낄 것"이라며 대중문화의 상투성에 관한 그림과 추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단 두 번의 개인전이 '솔드아웃(sold outㆍ매진)'을 기록한 젊은작가 서상익은 거장들에 대한 오마주와 미술관을 소재로 한 신작을 내놓았다. '화가의 아뜰리에'시리즈를 숙성시켜 발표한 남경민, 그동안 공고히 한 자신만의 '시각이론'을 펼쳐보인 정수진 등이 최신작을 공개했다.

한편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는 작은 초상화 이미지를 모아 커다란 다른 얼굴을 그리는 '이중얼굴'로 유명한 김동유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2006년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메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이 당시 추정가의 25배인 3억2,000여만원에 낙찰되며 스타 반열에 오른 작가다. 이번에는 명화 이미지에 물감층 표면이 갈라진 듯한 효과를 준 신작들을 공개했다.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는 한국화가인 유근택 성신여대 교수의 개인전 '하루'가 12월9일까지 열린다. 시간과 계절을 압축한 창밖 풍경 시리즈는 마치 모네의 연작을 보는 듯 세련된 미감을 자랑하는데, 한지에 전통 수묵채색 기법으로 그려졌다는 사실을 알면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미술시장연구소의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황기 미술은 장르의 다양화를 시도하는 동시에 기존작가들은 새로운 작품경향에 도전하며 다각화를 모색하는 실험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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