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막다른 길에 부딪치면 많은 사람들은 현실 도피를 위해 무작정 짐을 꾸리고 싶은 충동에 빠지기 쉽다. 범죄자와의 타협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타락해 가고 있던 캐나다 지방지 사회부 기자였던 저자 제레미 머서도 그랬다. 1999년 절도범의 자문을 얻어가며 금고털이 범죄 관련 책을 쓰면서 절도범의 이름을 넣는 실수를 하고 만다. 그 절도범은 전화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기에 이르렀다. 5년간 사회부 기자로 온갖 흉측한 사건을 취재하며 평소 안면을 트며 지냈던 절도범이었지만, 협박전화 한 통은 머서를 공황상태에 빠뜨렸다. 그는 도망치듯 파리로 떠났다. 가진 돈이라곤 2,000달러 정도가 전부. 비행기 삯을 치르고 파리에 도착한 지 1달이 채 한달이 못돼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노숙자 신세가 된 어느날 그는 엄청난 비를 맞으며 노트르담 성당 앞을 거닐다 우연히 한 서점에 들렀다. 다름 아닌 파리에서 영어권 책을 파는 유서깊은 명소 셰익스피어&컴퍼니였다. 1919년 미국인 실비아 비치가 문을 연 이 서점은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수아인, 에즈라파운드 등 영미권 작가들이 책을 빌리고 문학을 토론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1941년 나치가 파리를 점령하면서 문을 닫은 이곳은 몽상가이자 작가인 조지 휘트먼이 1951년 다시 문을 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잠자리와 먹을거리를 무상으로 제공해 준 이곳은 머서에겐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였다. 책은 그가 셰익스피어&컴퍼니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마치 소설처럼 써 놓은 실화다. 그는 이곳에서 조지 휘트먼에 감명받고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컬트 문학지 '킬로미터 제로'를 창간하면서 책을 쓰기 시작해 4년 후에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편집자로 재기하게 된다. 저자가 파리에서 만난 우연한 행운은 좀 더 나은 인생을 만드는 된 계기가 됐다. 이야기에 빠져든 독자들은 분명 쫓기듯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인생의 가능성을 꿈꾸게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